뉴스 제목이 눈을 잡는다.'초ㆍ중ㆍ고생 울리는 차별, 공부를 못해서...' 기사의 내용인즉, 지난 9일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한 ‘한국 아동ㆍ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교 학생 1만 484명중 최근 1년 동안 차별을 받았던 경험(복수 응답)을 물었더니 ‘공부를 못해서’ 차별받았다는 대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는 내용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낮을수록 차별 경험 비율은 높아졌다는데, 차별에 대한 인식 능력이 높아진 것도 변인 중 하나였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별이 행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든 연구 결과이다.
학교에서 성적을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행해지는 것 중 하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따로 편성하여 학업 성취 수준의 변화에 대해서 '특별 관리(?)'를 해 주는 것이나, 그들에게 공부할 공간을 따로 제공하는 것,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상의 우선 순위를 일단 성적으로 가늠하여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 전담 교사를 배치하여 상담 등 담임 교사 외의 다른 교사들의 도움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등이 있다. 대부분은 그것이 차별인지조차 잘 모른다. '합리적 차별'이며 '실질적 평등'을 실현시켜주는 것이라고 믿는 경우도 있다. 차별이란 이처럼 차별인지 모르고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인데, 성적으로 행해지는 차별은 합리적 차별인지 아닌지 경계가 모호하여 교사나 학생들은 이것이 차별인지 아닌지조차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교사의 개별적 성향에 따라 이 외에도 교실에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학교 차원에서는 '수월성 교육'이라고 정당화할 지 모르겠으나 수월성 교육은 잘 하는 학생들을 더 잘 하게 해 주는 방법이 되어야지, 그들에게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것이 현실이라며, 가혹한 사회의 현실을 미리 느끼면서 학습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그건 교육이 아니라 적응 훈련 아닌가? 학교는 적응 훈련장이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일상화되어 있다고 해서, 보편화되어 있다고 해서 판단을 유보하거나, 이런 행위를 옳다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수가 원튼 원하지 않튼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들에게 더 높은 학업 성취 수준을 올려주기 위한 방과 후 수업 개설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특권 의식이 아닌 책임감과 배려, 나눔의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하는데... 여전히 갈 길이 참 먼 것 같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60901385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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