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네팔의 지진과 시민성교육

사회선생 2015. 5. 7. 10:35

 네팔의 지진 이야기를 교사들과 나누던 중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한 동료교사가 예전에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제법 모범생 소리 들으며 자란 교사의 아들은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아이티 지진 소식에 안타까와하자 "서울에 일어난 것도 아닌데, 엄마는 왜 그래? 무슨 상관이야?" 하더란다. 그러자 다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국제시민성 교육의 갈 길이 참으로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큰 곤경에 처해졌는데, 그 상황에서 국적이나 민족을 따지는 습관(?)은 오랫 동안 국가 중심의 시민성 교육에 치중해 왔다는 것의 반증인 것 같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인 경우에는 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국경의 범주 안에서는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 적어도 성금이라도 얼마 내는 행동을 -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 매체의 영향력이 크지만, 그런 언론의 행태도 당연하고,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경 밖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안의 속성은 비슷하건만 - 무고한 많은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어려움에 처해졌다는 - 우리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국제시민성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네팔의 국민들에 대해 측은지심을 가지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국제시민성 교육은 도덕적 감수성을 강화하면서 그 대상과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참 만만치 않다. 하긴 국가교육과정에서 그걸 굳이 강조할 이유가 없다며 어느 나라도 코스모폴리탄 사회를 원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 교육을 해야 하냐고 항변할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시민성 교육에서, 시민성을 정치적으로 가두어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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