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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권위는 인품과 실력에서 오는거 같은데...

사회선생 2015. 3. 21. 00:38

 어느 교대원 학생에게 담당 교수가 학점에 너무 인색해서 A는 한 명밖에 안 주고 나머지 십 여 명에게는 모두 B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다음 학기, 그 교수의 과목은 아무도 신청을 안 해서 폐강되었단다. 벌써 소문이 쫙 돌았단다. '열심히 해도 B를 안 주는 교수'라고... 교수의 '열심히' 와 학생의 '열심히' 기준은 늘 다르겠지만 학부처럼 A, B, C의 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대 평가도 아닌데 교대원에서 - 교대원생들은 비교적 성실하다 -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교수의 권위 세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 학점 남발하는 사람 아니야. 학점 잘 받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대로 해.'   

 그 교대원 학생과 통화를 끝낸 후 우연히 교수인 친구와 바로 통화를 하게 됐다. 방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넌 그런 짓 하지 말아라. 네가 인생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네가 그 학생 교수 시켜줄거야? 미래를 보장해 줄 자신있으면 빡세게 굴려. 그런데 그럴 자신 없으면 희망 고문하며 학점 인색하게 굴고 부려 먹고 그런 짓 하지 마라." 그랬더니 그 친구 왈, "야, 말도 마라. 그런 사람 하나 있어서 나도 골치 아프다. 학생들이 자꾸 나한테만 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교수가 교대원생들에게 영어 논문 번역을 엄청나게 시킨단다. 교대원생들이 대부분 교사들이거나 교사자격증 받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인데 영어 논문 번역을 하도 시켜대는 데다가 자신은 학점 남발하는 사람 아니라고  떠들고 다니니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가는 학생 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학교 교대원 학생 수가 엄청 줄었단다. 그러면서 그 친구 하는 말, "그런데 사실 나도 처음 임용됐을 때에는 좀 그랬어. 유학 다녀온 지 얼마 안 되니까 영어가 편한데다가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나름대로 권위를 잡는 매우 유용한 도구거든. 너도 알잖아?  그런데 그게 참... 남의 나라 말이라... 지금은 영어 논문 하나 쓰는 것도 큰 일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사가 잘 가르치는 교사, 자신을 존중해 주는 교사인 것처럼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수도 실력 있는 교수, 인품 좋은 교수이다.  실력이야 강의력과 논문이 말해주고, 인품은 학생들과의 소통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 지도 교수의 영향을 받는단다. 예전에 어느 선배와 대화를 하다가 "OO 교수님은 실력도 인품도 참 좋으신 분 같아요." 그랬더니 그 교수를 잘 아는 선배가 말했다. "그 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 참 훌륭한 분이었거든. 지도 교수님에게 자연스럽게 배운 걸거야. 교수들은 지도 교수 영향 진짜 많이 받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