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다문화 정책, 프랑스마저...

사회선생 2015. 3. 22. 19:41

 프랑스에서 무슬림을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징후를 읽는다. 어느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 급식에 돼지고기를 대체할 고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조례를 제정했다는 것이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런 정책을 폈다는 것은 프랑스조차도 다문화 정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공공 장소에서의 히잡 착용 금지는 그래도 조금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여성들에게 - 무슬림 여성들이 기꺼이 선택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라는 명분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인권 실현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니까... 하지만 돼지고기는 좀 차원이 다르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반인륜적인 것도, 프랑스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금지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통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심지어 어린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라 더 악랄하고 치사하게 느껴진다. 물론 얼마 전에 있었던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때문에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무슬림을 대상으로 벌이는 유치한 복수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제법 인권이 성숙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프랑스마저 그런 자들을 누르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문득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며, 과연 다문화 정책의 목적과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이주 근로자와 결혼 이주자가 증가하면서 다문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그들의 인권 침해 문제와 부적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꽤 다방면으로 다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국가관이나 인간관과 같은 철학이 무엇인지,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우리네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에 대해서 명백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아무리 봐도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문화로의 변화 양상은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프랑스와는 다르며, 모르긴 해도 한시적인 다문화 현상일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가 경제 성장을 하게 되면 우리 사회로의 이주 현상이 지금처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코스모폴리타니즘으로 가자는 것도 아닌것 같고, 그렇다고 그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도 관공서에 중국어와 베트남어 서류를 내 놓을것 같지도 않고... 아, 정말 혼란스럽다. 다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