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의문이었다. 리콴유의 독재를 보면서 선의의 독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싱가포르라는 별볼일 없던 후진국을 높은 국민 수준과 경제 부국의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올려 놓은 장본인이 리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여행 가서 택시를 타도 늘 물어보곤 했다. 리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럼 한결같이 그들의 대답은 '싱가포르의 아버지이다, 존경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되물었다. '독재자잖아요? 껌도 못 씹는 자유는 민주주의 아니잖아요?' 그들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이었고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플라톤도 철인 정치를 이야기했고, 역사적으로 선군정치를 펼쳤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권력의 속성상 오래된 권력은 대부분 부패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해악을 끼친다. 시민들이 일으킨 혁명조차도 순수한 혁명 정신은 곧 권력욕으로 바뀌어 그들 사이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부패가 발생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이 보아 왔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싱가포르의 리콴유는 부패없는 독재가 가능했을까? 그를 보면서 부러웠고, 항상 왜 박정희는 리콴유식의 정치를 선택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가 부정부패만 잡았어도 -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그 시절, 그가 못할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했다면 그는 왜 부정부패를 잡지 않았는가? 이것이 그를 높이 평가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대학원에서 수업을 받던 중 내가 그런 의문을 제기하자 교수는 우리나라의 규모와 국제 정치적 입지가 싱가포르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구조적 분석을 내 놓았는데... 솔직히 동의하기 어려웠다.
리콴유는 이미 몇 년 전에 유언도 해 놓았는데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헐어버리라고 했단다. 자신이 죽은 뒤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그냥 두면 기념관 같은 걸로 만들어져 주변 건물을 높이 짓지 못하거나 이웃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식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며 서구의 민주주의만이 전형은 아니라고 서구에 간섭하지 말라고 큰소리쳤던, 그리고 싱가포르인들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서 노력했던 정치인. 유언도 참 훌륭한 정치인답다. 저렇게 행할 수 있는 독재자라면 차라리 저런 독재자를 따르겠다. 국민의 지지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욕망을 탐하는 정치인들보다...리콴유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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