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국가마저 네 목숨 네가 지키라니

사회선생 2015. 4. 8. 09:38

 나를 열받게 하는 기사가 또 나를 컴퓨터 앞에 앉힌다. 고속도로에서 고라니 사체를 치우던 중 교통 사고로 경찰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게 순직이 아니라고 했단다. 그것도 동네 아저씨나 사기업이 하는 주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인 행정안전부에서 하는 주장이다. 그들은 순직 신청을 기각하며 순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고 사망한 공무원으로, 공무수행 중 숨진 사망 공무원과는 달리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업무의 상당한 위험이 인정돼야 한다'는 법규정에 따라야 하는데, 고라니 사체를 치우던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고라니를 치운 이후에 이를 인계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사고가 났기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단다. 이런 법 해석을 대한민국 정부에서 - 그것도 경찰이 소속된 행정안전부에서 - 했다는 사실에 열받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고라니 사체를 치우고 인계하는 행위를 총체적인 위험 공무로 보는 것이 마땅하지, 어떻게 그 행위를 분절적으로 보고 법해석을 한단 말인가? 그런 식의 법해석이 일반적이라면 어떤 경찰도 위험한 상황에서 공공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경찰이든 소방공무원이든 위험 상황에서도 네 목숨 네가 지켜, 아무도 네 뒤를 봐 주지 않아. 공무? 그런거 하다가 죽어도 아무도 책임 안 져. 개죽음이야.' 이렇게 동네 조폭처럼 말하는 것만 같다. 사망 경찰의 가족들은 행정안전부의 순직 기각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다행스럽게도 법정에서 승소했다고 한다. 가장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법정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보상은 누가 해 준다는 말인가? 경찰의 공무 집행 중 사망도 순직 처리해 주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누구지? 그 양반 누군지 한 번 보고 싶어지네...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성실하게 책임을 다 하는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른 나라같으면 벌써 거리로 뛰어 나와 파업하고 집단행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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