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봤다. 그걸 보면서 느낀 점 두 가지. '1. 예술은 참 아이러니하다. 2.광기와 예술적 아름다움은 묘하게 통하는 맥락이 있다.'
플래처 교수는 최고의 음악을 위해 자신의 재즈 밴드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초보 드럼 연주자를 혹독하게 다룬다. 그 혹독성의 정도는 병적인 가학성으로 도를 넘는 사이코 패스 수준이다. 인간적 모욕, 모멸감, 폭행, 이간질... 대충 이 정도 되면 '아, 더러워서 너같은 인간 밑에서 드럼 안 쳐!' 하며 깽판치고 나올 법한데, 드럼 주자 앤드류 역시 만만치 않은 독종이다. 그것을 다 받아내며 '그래, 네가 그래도 난 뭔가를 보여주고 말거야.' 하며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을 학대하며 연습한다. 도대체 음악 영화를 보면서 공포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니 원.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고 드럼에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건 그런 미친 사이코들이 벌이는 누가 더 미쳤는지 보여주는 것 같은 극단의 경쟁(?) 속에 탄생한 음악은 너무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타악기가 주는 힘은 강렬한데 - 굿이나 응원을 할 때에 북이나 징을 치는 이유가 있다. 플룻이나 바이얼린을 연주하지 않는다. - 그 리드미컬한 힘이 인간의 심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다. 정박이 아니어서 조금은 불편한, 하지만 그럼에도 오묘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에 그 영화는 긴장감을 더해 주었는데, 정말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팽팽한 긴장감이란... 매우 오래간만에 경험하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학생들에게 예술을 업으로 삼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예술은 타고난 재능, 미친 노력,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이 되어도 어떤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늘 스스로를 힘들어하며 살 수밖에 없는 데다가, 자신의 작품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예술가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든 역작을 남기겠다는 삶의 목표이든 그 희생이 너무 큰 것이 예술의 세계이다.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가 어릴 때에 인형놀이를 제대로 해 보지 못해서 지금도 인형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으며 나는 예술은 한 쪽이 넘치는 대신 한 쪽은 결핍될 수 밖에 없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 아, 예술은 그냥 즐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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