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진짜 자아는 무엇일까?

사회선생 2015. 4. 23. 09:00

 포스트 모던 시대의 자아에는 아무리 core가 없다지만 그건 자아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자아가 다를 뿐, 자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인간의 특정 행위를 그의 자아로부터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얼마 전 KBS 기자로 채용된 사람이 일베라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가 일베에 올렸다는 글을 보면 누가 봐도 여성혐오증을 가진 반사회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올린 글이 분위기에 취해 저지른 실수라고 했지만 나는 완벽한 일부인 '그의 자아'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아를 가진 사람을 KBS 기자로 우리가 만나야 하는가? 동네 양아치로도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인데?  

 미국의 어느 수의사가 동네 고양이를 활로 쏘아 죽인 후 그 고양이 시신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자신이 명사수임을 과시하며... 그러자 다수의 사람들은 그녀를 비난했는데, 몇몇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얼마나 친절하고 다정한 수의사였는데... 나는 그녀를 경험해서 안다.' 고 두둔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녀의 자아 중 일부만을 당신은 경험했을 뿐, 고양이를 죽이고 사진을 찍어 올린 행위도 그녀의 또 다른 자아라고...   

 인간의 내면에는 여러 가지 자아가 있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그 자아들이 행동이나 말로 표출되는 것이며 그것은 곧 그 인간 자체이다. 만일 그가 '나는 내가 한 행동을 몰라요. 기억할 수 없어요.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말한다면 그는 빨리 병원에 가야 할 정신병 환자이다.  

 우리는 흔히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을 한다. 자신이 공격받는다고 느꼈을 때, 위기에 처했을 때의 행동 등은 가식이 들어 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은 인간의 자아 그 자체이다. 말과 행동을 무례하게 하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하고 행동해도 예의바르고 착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쯧쯧쯧... 그건 마치 저 사람이 거짓말은 잘 해도 참 정직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과 행동은 자아 그 자체이다. 그 사람이다.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하긴 나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긴 하다. 늘 정제된 말과 글을 쓰는 선배가 카톡에서 '뭐하세염? 아, 기엽당' 이런 식의 말투로 이모티콘을 막 날리면 당황스럽다. 사이버 사회에서 형성되는 또 다른 자아는 간혹 나를 당황하게 하긴 한다. 나도 그렇겠지?     

 

P.S. 개그맨 장동민이 도를 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나는 그의 발언이 그의 본질의 일부라고 본다. 어느 기자가 '네 안에 일베 있다'고 장동민 사태에 대한 기사를 썼던데, 나 역시 동의한다. 유머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 아니며, 그의 입에서 나온 유머라면 그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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