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태학습장이라는 명목 하에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동물들을 사서 키우는 학교들이 있다. 심지어 어느 학교에서는 대형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이 추위에 따뜻한 방석 하나 없는 뜬장에 가두어 둔 채 키우고 있고, 고양이들을 품종 개량을 한다며 생물실 철창에 가두어 둔 채 키우고 있다.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대하는 것이다. 식용 개농장에서 개를 뜬장에 방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해당 학교에서는 교육청 지원을 받아서 생태학습장을 꾸몄으니 '교육적 효과가 있다, 학생들이 동아리를 톨해 돌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주장일 뿐이다.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으며, 전문가도 아닌 학생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생명들을 돌본다는 것인가? 학생들이 동물을 교육용 기자재쯤으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우리는 생태학습장도 있다고 과시하고 싶었고, 대학 입시를 위해 스펙을 만들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동물을 돌보며 수의사를 꿈꾸었다고 미사여구를 만들어 대겠지만, 그런식으로 운영되는 생태학습장이 끼치는 폐해가 교육적 효과보다 훨씬 크다. 학교라는 곳의 속성상, 그리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체계적으로 돌보고 그것을 통해 교육적 효과를 얻기 힘들다.
대부분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어두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는 사람 한 명 없이 그저 당번처럼 돌아가면서 먹이만 제 때에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냄새가 나고 소극적인 동물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모르긴해도 뜬장에 방치된 개는 사람 손길이 그리워 늘 사람만 보면 미친듯이 핥아대며 꼬리치며 달려들거고,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더럽고 냄새난다고 꺼려할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 중에는 철창을 치거나 놀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인성이란 인간다운 성품이며 인간다운 성품이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생각해보니 동물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동물의 생리적 특성이나 지리적 분포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운다. 하지만 동물은 함부로 사물화해서는 안 되는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다. 동물은 종에 따라서 지능이 높은 것도, 감정이 있는 것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렇다보니 동물을 도구화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생물 시간에는 인간과 동물의 생리적 특성들에 대해서 배웠고, 학교에서 생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교육청은 학교의 생태 공원 조성에 예산을 지원한다. 그런데 생태 공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나 감시, 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니 실태 조사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항목은 철저히 배제된다. 교육적 효과 역시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없다. 이는 예산의 낭비이며 매우 비교육적이라는 면에서 빨리 시정 조치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학교에서는 생태 공원을 조성한다며 닭과 오리, 거북이, 고양이와 큰 리트리버 개를 구입했다. 고양이는 생물실의 철창에서 교배용으로 학대 당하고 있으며, 리트리버는 산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추위에 떨고 있다. 하지만 그 학교의 브로셔에는 그들의 사진이 화려하게(?) 올라온다. 우리 학교의 마스코트 운운하면서... 하지만 사실 그들은 방치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가 동물을 함부로 사서 키우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동물학대를 방임하는 이 현실을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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