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기사 제목 좀 똑바로 달기를

사회선생 2015. 6. 16. 10:55

 

몇 년 전, 학대받고 있는 동물을 구조하여 격리시킨 동물보호단체의 대표가 절도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동물을 단지 개인 재산의 일부로만 보는 법 적용에 기가 막혔다. (어떻게 동물을 권리의 객체인 물건으로만 볼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 생각해도 화 난다.) 당시 박소연대표는 개농장의 뜬장에서 온 몸이 상처 투성이인 개들이 물 한 모금, 사료 한 입 못 먹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받고 처참한 환경을 눈으로 확인한 후, 개 주인에게 팔라고 하였다. 그러나 개 주인은 어차피 보신탕 집으로 갈 애들이고 내 개를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팔 생각없다고 하였다. 이에 박소연 대표는 몰래 잠입하여 개들을 구조 - 그러나 개주인과 법원에서는 절도 - 하였다. 결국 박소연 대표는 절도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받았다. 당시 법원에서는 소유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법에 따라 신고 조치 등을 우선 했어야 한다고 훈계했는데 정말 비현실적인 말이었다. 개농장 주인에게 한 시정 요구는 완전히 묵살되었고, 정부에 신고 조치를 취하면 개농장 주인은 바로 보신탕 집에 팔거나 도살해 버릴 것이 너무 뻔한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개가 죽은 다음에 당국에서 위생 상태, 동물 학대 여부에 대해 조사 나간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녀에게는 당장 눈 앞에서 고통에 겨워하는 개 한 마리라도 살리는 것이 '신고 조치'보다 더 급했으리라... 나는 '기꺼이' 테러리스트가 된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병든 동물 주인 허락없이 구조, 절도죄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어 이게 웬일이지, 우리나라도 동물보호 선진국으로 이제 가는건가 하면서 기사를 읽어보다 또 열 받았다.(아, 날도 더워 죽겠는데 진짜 열받게 하는 기사의 수준이란!)  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다. 아니 왜곡된 제목이었다. 어떻게 그런 식의 제목을 다는지... 완전히 낚인 기분이다. 정확한 제목은 이게 맞는다. '병들어 죽은 동물, 주인 허락없이 매장해 줘도 절도죄 아니다.' (이렇게 달면 뉴스꺼리가 안 되니까...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이모씨는 병에 걸린 고양이를 방치하는 박씨에게 고양이를 치료해 달라, 힘들다면 자신이 비용을 들여 치료해 줄테니 자신에게 넘기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이모씨의 말을 무시하며 방치해서 결국 고양이가 사망했다. 이를 안타까와한 이모씨가 고양이를 '훔쳐' 매장해 주자 박씨는 고양이 사체를 훔쳐간 그녀를 절도죄로 고소했고,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진 것이다. 

분명히 그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씨가 데리고 갔더라면 고양이를 살리는 대신 그녀는 절도죄를 뒤집어 쓰고 박소연대표와 같은 범죄자가 되었을 것이다. 시체를 가져갔으니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판결인가? 병든 동물과 죽은 동물이 어떻게 같은가? 아, 정말 그 기사 읽으면서 짜증이 확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녕 학대받고 있는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절도죄가 될 수밖에 없는가? 그렇게 학대받다가 죽은 시체를 가지고 나와야 비로소 '재산상의 가치가 없어졌으니' 절도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인가? 제목만 보고 우리나라에서 웬일이지, 우리나라 판사들의 수준이 높아졌나 감격하려다가 실망하고 있는 중이다. 죽을 때까지는 재산이고, 죽고 나서야 쓰레기가 되는 우리나라 동물의 법적 지위는 언제쯤 '그래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생명'으로 '사물'과 구별된 '특별한 존재'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될까? 다른 나라에서는 다 인정하는 동물의 지위를 왜 우리나라에서는 갖기가 이리 힘들단 말인가? 하긴 인간도 힘든데 하물며 동물이야... 간디의 말이 생각난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15/0200000000AKR20150615159100004.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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