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큰 애들 가르치는게 더 힘들다고?

사회선생 2015. 1. 14. 15:20

 '유치원 교사,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 교수 중에서 누가 가장 힘들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 적성에 따라 다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어쩌구 하며 섣불리 답변하기를 꺼려한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당신이 이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당신의 자녀가 위의 다섯 가지 직업 중 어떤 직업을 갖게 되길 바라는가?' 이렇게 물어보면 답이 대부분 하나로 귀결된다. "대학 교수가 가장 좋고, 유치원 교사는 좀..." 이유를 물어보면 뻔하다. "힘드니까..."

 힘들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고되고, 의무와 책임이 많으며, 그에 대한 보상(경제적, 사회적 기타 등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는 보수도 낮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은 정말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며, 직업 안정성도 떨어진다. 그에 반해 교수는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보수도 많은 편이며, 다루는 학생들도 성인이라 뭐 일거수 일투족 신경 쓸 일 없이 자신의 학문에 정진하면 그 자체가 능력이고 인정받는 길이다. 물론,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가 되는 것보다 갈 길이 멀긴 하다. 하지만 일단 되고 나면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고 투덜거려도 교사보다는 낫다. 그러니까 교사하다가 교수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교수하다가 교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중 중학교 교사가 있다. 그녀는 고등학교에 가서 조금 더 교과를 가르치는 데에 신경쓰며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백분 이해가 된다. 중학교 학생들은 학습 지도하기가 고등학생들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늘 말하지만 사춘기 중학생들은 정말 인간이 되기 직전 짐승에서 막 탈바꿈하는 시기이기때문에 동물성과 인간성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여러가지로 힘들어서 고등학교로 옮겨보려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 고등학교도 일사과가 과원이라 고등학교에 있던 교사들도 중학교로 전보 발령이 나는 형편이라니... 사람들은 큰 애들 가르치는 일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작은 애들 가르치는 일이 훨씬 힘들다. 정말 능력 있는, 전문성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를 지원하는 날이 와야 하는데... 그런 날이 과연 올까?

 

p.s. 저녁에 집에 들어와보니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이를 폭행했다는 뉴스로 전국이 떠들석하다. 동영상을 보니 정말 섬칫하다. (또래의 어린이를 가진 학부모들은 살의를 느끼게 하는 동영상이라면서 몸서리를 친다. 내가 봐도 소름 끼치는데... 부모들은 오죽할까?) 저런 인간성과 비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린 아이들을 맡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춘기 학생들이라면 반항이라도 하고, 성인이라면 법적 대응이라도 하지... 정말이지 빨리 유아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져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에 적합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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