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남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한 바이다. 간혹 남학생들 중에는 게임의 캐릭터 중에서 악당에 매료되어 악당이 옳다(?)고 믿는,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멋있다고 보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선한 캐릭터보다 훨씬 개성있고, 파괴적이며, 거침없는 악한 캐릭터가 억눌린 욕구를 분출하고자 하는 사춘기 소년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정서 상태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 중에는 게임중독에 빠져서 일상 생활이 완전히 붕괴되고 가족과 친구도 없고, 오로지 게임만 하려고 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잠만 자거나 훈계를 하는 교사에게 막말을 하며 뛰쳐 나가거나 도저히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병적인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매매하기 위하여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가장 큰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을 보면서 현실과 사이버 상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었다.)
요 며칠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에 우리나라 청소년이 가입했다는 뉴스로 떠들석하다. 고등학생이 터어키 여행 간 줄 알았는데, 시리아와 인접한 국경 지대에서 실종돼 무슨일인가 했더니 짐 싸들고 IS에 합류하기 위하여 국경을 넘었다는 정황이 유력하단다. (IS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이 참 뛰어난가 보다. 전세계의 무개념 청소년들을 종종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단다. 온라인의 폐해 중 하나이다.)
그 청소년은 왜 IS에 들어갔을까? 극단적 원리주의 무슬림일 리는 없고, IS의 정치적 신념이 옳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따라서 매우 희박하다. 나의 분석으로는 IS의 활동이 전쟁놀이하는 것처럼 멋있고 재미있어 보였을 거고,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았을 게다. 그런데 SNS에서 요원의 포섭까지 받았으니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 아닐까 난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
뉴스에서는 계속 어떻게 접촉을 했고, 어떻게 가입을 했으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하며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드는 걱정. "아니 뉴스가 왜 IS 가입 방법을 알려주는거야? 또 여기저기 무개념 청소년들 흔들리게...." 보수적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나는 청소년의 게임도, 대중매체의 폭력과 선정성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중매체가 교육 기관은 아니지만 적어도 바람직한 교육을 방해하는 혹은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가치 혼란을 유발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어제는 일이 끝나고 늦게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들으면서 오는데, 10대들이 즐겨 듣는 프로인 라디오 프로에서는 이성친구와의 스킨십 진도를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의 성희롱의 수위를 넘나들며 자신들끼리 끼들거리며 방송 - 정말 전파 낭비가 아닌가? 이걸 10대들이 듣고 교과서 삼을 것 아닌가? - 을 하는데, 정말이지 기가 찼다. 대중매체의 저속한 문화 양산과 게임산업. 정말 우리네 청소년들을 위해서 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폭력과 성이 난무하는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국내에서 IS 집단이 만들어 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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