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의 계절이 왔다. 할 때마다 처음인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인지... 몇 주 전 학생만족도와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끝나고 이번 주에는 자기 평가를 하라고 하는데, 자기 스스로를 최우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통 이하로 인정하긴 싫어 그냥 모든 항목에 우수로 체크를 하고 보니 난관에 부딪쳤다. 교장, 교감, 동료 교원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그들은 모두 최우수를 줘? 고민하다가 그냥 공평하게 모두 우수에 표시하고 끝냈다. 그리고 학생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았다.
그냥 클릭해서 점수만 체크하면 될 것을, 굳이 서술형으로 학생들이 무엇인가 적어 놓았다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액션을 취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부정적인 서술이 3-4개는 들어갔는데 작년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부정적인 서술이 하나도 없었다. 그건 내가 잘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매우 긍정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것의 반증이다. 왜냐하면 내 수업 방식이나 학급 운영 방식이 작년과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부정적인 진술 몇 가지가 눈에 띈다.
그러면 추측한다. 나의 의도하지 않은 말에 상처를 받았거나 내가 자신의 의도대로 반응해 주지 않았거나 나의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교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소녀가 아닐까 하고... 차라리 '선생님 저는 그 말에 상처받았어요' 하고 말을 해 주면 내가 기꺼이 사과하고 조심할텐데... 내가 한 무슨 말에 상처를 받았을지 모르니 안타깝긴하다. 또 한 편으로는 나의 어떤 말과 행동이 이런 말을 하게 했을까 반추하게 한다. 내가 수업 시간에 너무 강하게 어떤 주장을 했나? 질문 싫어하는 내성적인 학생에게 집요하게 질문했나?
나도 부정적인 성향이 있는지 5 페이지의 진술 중에서 부정적인 것은 서 너개에 불과한데 거기에 더 신경이 쓰이니 말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재밌어요, 수업 방식이 좋아요, 선생님 질문에 심장이 쫄깃쫄깃해 져요.' 라고 나의 의도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다행이다. 여전히 다수의 학생들은 순수하고 관대하며 교사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 마디는 하고 싶다. "얘들아, 똑똑하다는 말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하는 표현이야. 어른에게 그렇게 말 하는게 아니야. 무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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