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들의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교실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얘들아, 너희들 초딩때 삶의 질이 어땠어? 오늘 뉴스 보니까 우리나라 아동들의 삶의 질이 조사 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는데... 왜 그럴까?"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답을 한다. "요즘 애들 저희 때랑 또 달라요. 못 놀아요. 학원을 9개는 다닐걸요? 유치원때부터 영어 공부해야 되고... 진짜 불쌍해요."
며칠 후면 수능 시험이라 자신들의 코가 석자인 고3 학생들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심각하긴 한가보다. 얘들 말로는 자신들은 그래도 놀이터에서 논 기억이 많단다. 그런데 요즘에는 놀이터에서 낮 시간에 노는 애들을 별로 많이 보지 못한단다. 그러면서 그냥 학교 끝나면 놀게 해 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내버려 두라고 한다. 아,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어른들은 못하고 있는지...
아동들의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은 어른들의 삶의 질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어른들도 허리띠 졸라매며 학원비 벌어대느라 삶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아이가 가기 싫어하는 학원을 보내는 어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렇게 학원에 보내주는 부모가 있어서 행복한 줄 알아." "현재 행복하면 미래에 불행해져.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참아."
내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서, 내 아이가 뒤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엄마가 없는 동안 돌봐줄 그 무엇이 필요해서... 아마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아이들은 공부가 재밌어야 하고, 여가가 자유로워야 하고, 놀이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팍팍한 세상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어른들은 돈만 많이 벌면, 안정된 직장만 얻으면 행복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현재의 행복은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행복은 절대적으로 '현재형'이고, '찰나형'이다. 또한 가치와 태도와 습관을 통해서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코 돈이나 명예, 권력으로 획득(?)되는 전리품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결코 미래에도 행복해지기 힘들다. 행복은 절대 현재의 불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열매가 아니다.
고3 학생들과 뜻하지 않게 행복론에 대해 논하다가 "선생님, 저는 정말 공부하는 게 하나도 안 행복했어요. 그럼 안 해도 되는건가요?" 이런 질문을 하기에 답변하며 행복론 수업을 종결했다. "아니, 너희들은 초딩이 아니야. 초딩은 놀이를 통해서 학습하지만 이제 너희는 그 수준은 벗어났지. 좀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생활 속에서 찾아. 멋진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어려운 수학 문제 풀면서, 야자를 하고 가다가 하늘 위의 별을 보면서..."
물론,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부디 일과 여가를 조화시킬 줄 아는 삶을 살게 되길. 부디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을 살게 되길.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11/04/20141104003407.html?OutUrl=nave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29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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