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교사가 있다고 쳐 보자. 예를 들어 한 유형은 학생들과 잘 지내고 수업도 쌈박하게 잘 한다. 그런데 학교 일을 절대로 안 하고, 심지어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싸가지(?) 없기로 유명하다. 또 한 유형은 수업을 극단적으로 못한다. 그런데 정말 순종적이고 어떤 일이든 맡아서 잘 한다. 만일 두 가지 유형 중에서 한 유형을 골라야 한다면? - 물론 둘 다 싫지만, 그래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 대부분의 관리자는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나는 단언컨대 전자다. 나와의 관계보다 학생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며, 교사가 수업을 못한다면 그건 이미 교사로서의 존재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겼을 때, "네" 라고 해 놓고 못 해 놓는 사람보다 "죄송합니다. 저는 못하겠습니다.'가 더 낫다. 한다고 해 놓고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아니 한 만 못한 경우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예측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후자가 낫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의 유형은 없다. 두루두루 좋은 사람도 있고, 두루두루 3% 부족한 사람도 있고, 인간을 보면 참 좋은데 티칭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생활지도 교사로서는 괜찮은데 교과 지도 교사로서는 별로인 사람도 있고, 행정 업무 능력은 뛰어난데 학생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고...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1~2년 함께 생활해 보면 대부분 보인다. (작정하고 연기를 하지 않는 한 보일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중에서 발령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1차적인 선발은 양적 자료로 한다. 학벌, 학점, 수업 능력 등을 평가해서 가장 좋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선발된다. 그런데 최종 선발도 - 기간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질적 자료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그런 자료로만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관리자의 평가인 질적 자료가 들어가겠지만 관리자의 눈으로는 안 보이는 현상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조금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타인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힘든 문화이다. 추천서도 사실대로 써 주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물었을 때 역시 칭찬이 아닌 단점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해 주지 못한다. 최근 어떤 선생님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단다. "기간제로 있는 ooo 선생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선생님은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로 답변했단다. 그럴 만한 사건들이 있어서 그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교장은 알 도리가 없다. 당황한 교장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피차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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