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파트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목격했다.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슬쩍 기웃했는데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이 싸움이 났나보다. 그런데 내 귀를 때리는 말, "관리비로 돈 받는 주제에 돈 주는 사람 말을 들어야 할 거 아니야?" 주민이 경비원에게 하는 말이었다. 역겨웠다. 무슨 일로 싸움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돈을 지불했으니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지만 - 내가 네 위이고, 너는 돈을 받는 처지이니 돈만큼(?) 납짝 엎드리라는 발상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내가 지불한 혹은 내가 가지고 있는 '돈만큼 위 아래'를 구분하려고 한다. 늘 사회문제가 되는 갑과 을의 횡포가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니 우리 아파트에서만 목격되는 일이 아니었나보다. 중산층 이상이 모여 살법한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이 분신 자살을 시도했단다. 갑을 자처하는 주민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모욕을 가했다나보다. 이런 일자리마저 잃고 싶지 않은 을은 따를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분신은 너무 억울해서 그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선택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동일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갑질을 하며 모욕을 주는 주민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고, 그 사실이 참 씁쓸하다. 점점 더 돈이 지배하는, 그리고 그 돈으로 자신의 위세를 떨치려는 사람, 그래서 더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이다. 돈때문에 그렇게 모욕을 받아도 참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이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니지 않은가?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1011203807430.daum
http://media.daum.net/series/101139//newsview?seriesId=101139&newsId=201410130939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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