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영웅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회선생 2014. 8. 8. 22:37

 영화 '명량'이 LET급 속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단다. 흥행 관련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니 여세가 대단한가보다. 그에 대해 진중권이 트위터에서 작품은 졸작인데 이순신장군의 개인 인기 때문에 흥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단다. 감탄하며 영화를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의 말이 '너희가 영화를 알아?' 처럼 들려서 불쾌할 수 있겠지만 사실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성은 인과 관계가 별로 없다. 

 나는 아직 명량을 보지 못해서 작품성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으나, 그의 말대로 이순신 장군의 국민적 인기가 한 몫을 단단히 한 것이라는 공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순신 장군의 개인 인기에 극적인 스토리와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이 만났다면 이미 기본 흥행 요소는 갖추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위인이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이라고 한다. 문과 무에서 각각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싶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하는 성군이었다면 이순신 장군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백의종군, 멸사봉공을 보여준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는 리더'의 모습을 갖춘 위인이니 요즈음 같은 때에 더 인기를 끌만하다. 혹자는 이순신 장군이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은 오랜 군사 정권 시절, 군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 더 강조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충분히' 영웅이 될 만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의 본질은 싸움에 있는 것인지... 역사적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전보를 받은 선조는 이순신에게 종1품직인 숭정대부(崇政大夫)로 서훈하려 했으나 중신들의 반대로 하지 못했단다.또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아들도 왜적과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한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평탄치 않은 삶이었는데, 결국 이순신장군도 그야말로 장렬히 전사하였으니... 그는 해전에서 공을 세움으로써 임진왜란에서 국가를 구하였으나 그로 인한 덕은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온전히 조선 백성들의 몫이 된 셈이다.

 만일 우리에게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까?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나밖에 없는건가? 종종 나는 나도 못 믿겠는데...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 성웅 영화라도 보면서 대리 만족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우리에겐 이순신장군같은 영웅이 있었어.' (그런데 사실 민주주의는 영웅에 의한 정치가 아니지 않은가? 영웅을 기다리기 보다는 나라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