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걷다가 담배 꽁초를 하수관 배수구에 버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차라리 아무데나 버리면 치우기라도 하지, 왜 그걸 하수관 배수구에 버리는지... 그런 사람도 자기가 버린 꽁초가 보기 싫긴 한가보다.) 그리고 홍수에 하수관이 막혀 동네에 역류라도 하면 핏대 세워 정부가 관리를 어떻게 했는데 이 모양이냐고 비난한다. (아마 정권 물러나라고 할 게다.) 자신들도 공범이라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문득 과연 우리는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주변의 어떤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신호 위반한 운전자로부터 3만원 뇌물 받던 교통 경찰이 장관이 되어 수천만원 뇌물 받게 되면 '전 3만원이면 됩니다. 이렇게 많이 주시면 안됩니다.' 이럴까? 우리는 과연 양심적으로 살고 있을까? 회사 비품을 자기 개인 용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과 장관이 관용차로 자신의 가족들과 휴가 여행 가는 것이 정말 다를까? 돈 좀 아껴보겠다고 중국산 쓰면서 국산이라고 속여 파는 상인과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의 본질이 정말 다를까?
물론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생계형과 축재형이 다르고, 개인형과 사회형이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죄의 형량은 책임만큼 더 크다. 그런데 과연 그 행위의 본질이 다른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만큼 양심있고, 어떤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정치가들의 뇌물을 핏대 세우며 도둑놈이라고 모는 우리들은 정녕 그 자리에 올라도, 뒷돈으로 누군가 조용히, 은밀히 뇌물을 바쳐도 '이런 행위 불법인거 모르시나요? 저를 지금 어떻게 보고 이런 행동을 하시는겁니까? 신고하겠습니다.' 라고 할 지... '아이고 뭐 이런걸 다...정치 자금으로 알고 고맙게 쓰겠습니다.' 이러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전자같은 행동을 하는 자는 아마도 앞뒤 꽉막힌 사람이라고 소문나며 조만간 정치 생명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받을 때 안 받는 자는 결국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니까...)
"다 능력껏 사기 치며 사는 세상이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만큼, 자기가 아는 만큼 도둑질 하며 사는 놈들..." 부정부패, 비리와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정말 이 말이 맞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정치가는 권력을 이용해서, 변호사나 의사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최대한 부를 축적하기 위해 자신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이용(?)한다. 비단 그들 뿐인가? 동네 분식점 주인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다. 유통 기한 지난 식재료 사용하고, 원산지 표시도 거짓으로 한다. 몸에 안 좋은 조미료 왕창 넣고 우리는 천연재료만 쓴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부패된 사회'라고 어느 신문 기사가 제목을 뽑았다. 공감한다. 그렇다면 결국 해결책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인데...제도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겠지만, 더불어 시민 개개인이 바뀌지 않고는 뿌리는 뽑히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제도의 개선은 멸종 위기 동물이나 천연 기념물보다 귀한 '양심적인 정치가'에게 맡겨진 현실이다. 윈스턴 처어칠이 한 얘기란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되어 있다.' 조금 억울하지만, 우리는 과연 정치가들을 비난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하는 말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나는 자식을 위한 위장 전입 따위는 절대로 안 했고, 다운 계약서따위 역시 정직하게 세금을 내기 위해서 쓰지 않았을 자신이 있는지...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4072803022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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