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오뜨꾸뛰르와 섬머힐

사회선생 2014. 9. 17. 11:30

 패션쇼에는 쁘레따뽀르떼(pret a porte)와 오뜨꾸뛰르(houte couture)가 있다. 전자가 대중적인, 상품화할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을 선보이는 것이라면 후자는 예술적이며 전위적인(?) 옷이 소개된다. 패션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 보는 맛은 후자가 더 크지만 '절대로' 사서 입을 수는 없다. 오뜨꾸뛰르 패션쇼에 나왔던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가는 '사회부적응자' 취급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오뜨꾸뛰르의 가치가 없는가? 오뜨꾸뛰르는 쁘레따포르떼를 선도하며 패션이 지향해야 할 이상향(?)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영감을 주며, 예술 작품으로서 옷을 승화시켜 하나의 트랜드를 이끌어내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영국에서 20세기 초에 설립된 이상적인 대안학교, 섬머힐에 대한 책을 읽으며 문득 오뜨꾸뛰르가 생각났다. 섬머힐은 마치 오뜨꾸뛰르처럼 '예술적인' 학교인것 같다. 우리네 학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에 매우 많은 시사점을 주며, 학교 교육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꼭 필요한 대안적 교육 기관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식적인 학교 교육을 섬머힐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동의하기 힘들다. 그 여러가지 이유는 지금 과제로 작성중. 문득 그런 생각은 든다. 내가 학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순수한' 학자였다면 기꺼이 섬머힐을 우리네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