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능과 월드컵의 공통점

사회선생 2014. 6. 27. 09:46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을 보고 나서 하는 말, "선생님 수능을 망쳤어요." 그러나 사실 그 말은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위로받기 위해 하는 말일 뿐, 그 성적이 원래 본인의 실력이다. 3월부터의 모의고사 성적을 쭉 놓고 살펴보면 절대!! 망친 것이 아니다. 그냥 원래의 실력대로 본 것이다. 모의고사와 점수 차이가 별로 없거나 약간 낮아졌다. 그런데 왜 망쳤다고 할까? 그냥 막연한 기대를 우리는 한다. 미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그래도 실전인데 잘 되겠지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 없는 미래는 절대로 그리 낙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만 빼고 모두 예측하고 있었던 사실이다. 본선 오른 32개팀 중 FIFA 랭킹 31위이고, 월드컵 출전 직전에 했던 평가전에서도 모두 완패했다.  우리나라의 탈락은 '객관적 예측'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크게 16강을 기대했고, 아마 감독과 선수들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가 아시아 대표인데, 그래도 실전인데, 그래도 우리가 월드컵에 나왔는데...'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대는 실망만 크게 안겨줄 뿐이다.  

 문득 두 가지 사례가 오버랩되면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현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하게 될 거라는 희망과 기대라는 감정도 필요하지만 이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현재 내가 못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잘 하게 될지에 대한 분석과 전략이 더 중요하다. 미래를 지배하는 것은 현재의 모습 그 자체다. 현재와 단절된 미래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우리나라의 벨기에전과의 축구를 보고 출근하여, 학급에서 조회 시간에 한 말이다. "얘들아, 수능 잘 보고 싶지? 막연하게 잘 볼 거라고 생각하지 마. 현재 자신의 성적표를 보고 분석해서 전략을 세워서 공부해. 그래야 잘 보게 될거야. 나만 모르는 내 자신이 되지 말고,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제일 잘 알 때, 성적도 올릴 수 있는거야. 운도 실력이 엇비슷해야 큰 변수가 되는거지, 운으로 대학가는 경우는 없어. 운으로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없는 것처럼..."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숙 연수 싫다.   (0) 2014.07.03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여러가지지만   (0) 2014.06.27
나는 고민했는데...  (0) 2014.06.23
직무유기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0) 2014.06.14
아인슈타인이 주는 교훈  (0) 201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