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월드컵의 계절이다.

사회선생 2014. 6. 16. 16:00

 월드컵의 계절이다. 대중문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르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것이 월드컵 대회이다. 중요한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보게 되는 대중의 심리와 대중매체의 이해 관계까지 딱 맞아떨어지고 문화의 보편화현상이나 세계화로 인해 야기되는 glocalization을 설명하기에도 유용하다. 그럼 이렇게 비판적으로 월드컵을 본다고 나는 월드컵을 안 보느냐?    

 정말 재미있게 본다. 대중매체 덕분에 축구를 보는 눈높이가 국제 수준에 맞춰져 있는지라 동네 축구는 안 봐도 월드컵은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지루한 동네 축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작전과 뛰어난 선수들의 기량' 이 내게도 멋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야, 어떻게 저기에서 저런 생각을 하지, 쟤는 어디 숨어있다가 튀어나온거야? 저 상황에서 수비수를 몰고 다니며 빈공간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하다니... 공이 어떻게 저 각도로 휘어서 들어가지?' 아무튼 감탄하게 되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후딱 간다. (만일 우리나라 경기라도 보게되면? 감정이입으로 앉았다 일어났다, 탄식이 나왔다가 소리를 질렀다가 난리가 난다. 이 역시 수업 시간에 인간이 '객관적 태도'를 갖기가 얼마나 힘든지 설명할 때 드는 사례이다. 어떻게 우리나라 팀이 뛰는 축구를 '객관적으로' 본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경기 하나 하나, 한 골 한 골을 보면 보면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만큼의 실력을 가진 팀들이 결승에 올라가는 것 같다. 운도 실력을 이길만큼 강하지는 않다. 방금 전, 오늘 새벽에 경기를 한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았다. (남미나 유럽에서 월드컵을 하면 시차때문에 생중계로 보기 힘들다.) 모두 메씨가 뛰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예상했고 그 결과대로 됐지만, 마음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보스니아가 승리하기를 바랬다. 그 동안 우승했던 나라나 잘 사는 나라 말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선수들이 선전해주길 바란다. 그냥... 가난한 집 자식이 성공해서 금의환양하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그는 돈 값을 하는 선수였다. (메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2000유로(약276억)를 받는단다. 이적료도 가장 높단다. 즉 축구 시장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연봉만 이렇고 광고와 기타 수입까지 합치면 더 높다니... 유럽 축구 시장이 아무리 크다지만 정당한 분배 구조인지 원. 정말 승자독식인가보다. 하긴 축구는 유럽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이지..)

 수요일에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첫 경기를 치른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모두 합쳐도 연봉은 메시만 못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꼭 승리해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 참 그까짓 승리가 뭐 대수라고, 꼭 다른 나라를 이기고 승리하길 바라는 이 마음은 또 뭐람. 여전히 국가정체성은 어떤 정체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 또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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