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언론이 "유병언 잡아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문득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로 유병언을 지목하고 그에게 관심을 돌리게 함으로써 정말 중요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은근 슬쩍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무리 봐도 유병언 만큼이나 나쁜 놈들은 유병언의 돈을 받고 불법, 탈법을 무마해 준, 안 되는 걸 되게 해 준 공무원과 고위 관료와 정치가들이다. 그들은 유병언이 체포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갖는 구조적인 결함은 유병언을 잡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유병언을 빨리 체포해서 그의 입을 통해 그의 불법, 탈법 과정에 개입했던 수많은 인사들을 낱낱이 밝혀내고, 우리가 그 동안 묵인하고 자행했던 지저분한 관행과 탈법과 위법을 개선해야 하겠지만, 유병언이 잡히기 전에라도 청해진 해운이 그 동안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사할 수 있지 않은가? 세월호 사건의 주범을 몰아서 사회적 정서를 달래 보려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주범이 유병언인가? 그는 좀 크게 놀았던 사기꾼(?)일 뿐이다. 그런 사람 하나 잡는다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런 사기꾼이 축재하고 착취하게 할 수 있었던 우리의 구조와 제도를 논해야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구원파 신도들은 피해자일 수 있다. 언론 등에서 심리적으로 그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유병언을 신격화한 그들도 어쩌면 사기 당하고도 사기 당한 줄도 모르는 상태의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그들을 자극하면 그들은 유병언을 더 신격화하고 더 적대적으로 뭉치며 유병언을 비호할 수밖에 없다. '너희들 사이비 종교지, 너희들이 유병언 숨겨주고 있지, 너희들은 세월호 사건의 공범이야'라고 몰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언론의 태도를 보면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다.
"유병언 잡아라"의 손가락 끝에 우리가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그 뒤로는 여전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말 필요한 것은 희생양이 아니라 책임자와 재발방지이다. 책임자는 청해진 해운에 놀아난 관이다. 유병언이 빨리 체포되어 속시원히 불었으면 좋겠다. 개신교 목사들에에게도 만나면 용돈 명목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씩 주었다는데 정치가들에게는 후원금이랍시고 얼마나 갖다 바쳤을까? 아마 지금 잠 못 이루고 있는 인사들 많을 것 같다. '유병언이 제발 체포되지 않도록 해 주시옵소서' 기도하면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맘대로 분석한 월드컵 (0) | 2014.06.25 |
---|---|
월드컵의 계절이다. (0) | 2014.06.16 |
모든 인간에게는 도덕적 감수성이 있다!! (0) | 2014.06.14 |
정치를 하고 싶다면 (0) | 2014.06.05 |
세상에 공짜는 없다 (0) | 201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