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수업 시간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데 일조하는 한 녀석이 교육감 선거에 대해 할 말이 있단다. 교사인 나도 별로 관심없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 할 말이 있다니 흥미로웠다. "왜 교육감을 법대 나온 사람들이나 교수들이 해요? 그런건 선생님 했던 사람이 하거나 교육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고등학생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자기가 보기에도 교육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람들이 교육감 후보로 많이 나오니 의아했나보다. 그리고 연이은 두 번째 질문 "그리고 교육은 우리가 당사자니까 우리도 투표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어떤 사람이 뽑히느냐에 따라 우리 생활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우리에게는 왜 투표권 안 줘요?"
이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잠시 망설여졌다. 왜냐하면 자칫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엊그제 교육감 후보들의 딸이,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한 명은 지지도 하락, 한 명은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나 역시 그저 평범한 시민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교실에서 할 말은 아니므로 참고!)
교과서적으로 답변했다. "교육감은 교육행정가야. 전공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 좋은 선생님이 반드시 좋은 교장이 되는 건 아니거든. 그건 업무의 범주가 좀 다르잖아.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유능한가를 잘 따져봐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지. 그리고 너희가 당사자인 건 맞지만, 너희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투표권이 없는거고. 반드시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명분은 아니지만, 투표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어. 논쟁꺼리이기도 하지. 네 말도 충분히 일리는 있어.나중에 대학에 가서 더 공부해 보렴."
아무리 봐도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정당만 좋은 일 시키는 제도 같다. 공천 장사하기 얼마나 좋은가? 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 현수막들이 어지럽고, 유세 차량들이 시끄럽고, 전단지가 한 묶음씩 오지만 관심 없다. 누가 누군지 아주 피상적인 정보들 뿐이다. 잘 모르겠다. 하긴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마트에서 개고기 통조림을 판매하게 해 주겠다며 표를 호소하는 도의원 후보자도 있다던데... 함량미달인 사람과 전과자가 판을 친다니... 요즈음 인터넷도 잘 되어 있는데 그냥 직접민주주의하지. 서울시 의회 안건 올려 놓고 시민들에게 인터넷으로 찬반 투표 하라고 하면 되지 않나? 아무리 봐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들을 교육시키는 민주주의의 학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비리의 통로만 더 많이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시민들은 대부분 그냥 정당보고 뽑는다. 정당보고 뽑는 것이 지방자치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무유기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0) | 2014.06.14 |
---|---|
아인슈타인이 주는 교훈 (0) | 2014.06.14 |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다르다. (0) | 2014.05.29 |
수업을 안 들어도 될까요? (0) | 2014.05.28 |
제자들이 주는 기쁨 (0) | 201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