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룰을 바꾸자. 지역에서 한꺼번에 10명이상 죽는 사고 - 어떤 사고이든 - 가 나면 지역 자치 단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걸로~! 그리고 국가에서 100명 이상 죽는 사고가 나면 대통령이 물러나는걸로~! 하지만 이 법이 제정될 때까지는 '법대로' 하자.
세월호 사건은 당연히 엄격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남아있는 부조리를 척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대통령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데에는 납득하기 힘들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건 결국 무능한 정부 탓이니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말인가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그 문제가 해결될까? 어쨌든 선거로 - 대통령을 선출한 다수 국민들이 수구 꼴통이든, 생각없는 노인이든, 무지한 소시민이든 어쨌든 그들도 국민이고 그들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 선출된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왜 자꾸 임기 전에 흔들려고 하는가? 그와 같은 행태가 정치적 분노감의 해소책은 될 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합리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조선시대에 자연재해나 역병이 돌면 왕이 부덕의 소치라며 제를 올리는 등의 정치적 액션을 취했다. 덕에 의한 정치를 하던 시대였으니... 그런데 지금이 덕에 의한 정치를 하는 시대도 아니고. 법에 의한 정치를 하는 시대인데. 왜 결국 통치의 잘못이라고 비약하는가? 그 법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집행됐는지 좀 미시적으로 우리 사회의 제도적 결함을 살펴봐야 하는 이 때에 '다 필요없어. 다 네 잘못이니 네가 물러나.' 이게 무슨 비약이고 억지란 말인가?
원칙과 법을 따져서 합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관리 감독 차원에서 위법 행위를 가려내든가, 그걸 찾기 힘들어서 열받으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 아니 곧 있을 지방 선거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걸로는 성이 안 찬다고 해도, 가뜩이나 꼴보기 싫었는데 잘됐다, 이 참에 이 사고를 계기로 물러나게 해야겠다는 것은, 결국 물러난다고 해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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