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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이 신선했던 이유

사회선생 2014. 5. 3. 22:30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의 애니메이션에 초지일관 흐르는 ‘반전, 평화, 생명에 대한 경외감’도 마음에 들고, 기발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월트디즈니사의 작품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공주와 왕자의 동화’ 아니면 ‘완벽한 가족의 사랑’을 완성해 가는 스토리가 너무 진부하고,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여기 저기에서 'let it go'가 흘러나와도 큰 관심을 갖지 못하다가 - 일단 예쁜 공주들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부터 월트디즈니답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끌리지 않았다. -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 이전의 월트디즈니사의 작품답지 않게 신선했다.

 입에 짝짝 붙는 ‘let it go' 때문도 아니었고, 엘사와 안나의 생생한 표정과, 귀엽고 예쁜 외모때문도 아니었다. 마케팅의 위력- 월트디즈니사의 힘은 대단하다. 미키마우스는 영원불멸의 부가가치 상품 아닌가? 인간이 혐오감을 갖는 쥐라는 동물을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개발하여 영생을 불어 넣은 디즈니사의 위력이란!! - 때문도 아니었다.

 엘사 공주를 사랑하는 왕자의 힘으로 겨울왕국의 얼음을 녹인 것이 아니라 여동생인 안나의 언니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가혹한 마법을 풀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겨울왕국에 나온 남자들은 착한 척 하는 나쁜 놈이거나 착하고 정의롭지만 살짝 모자란 듯 보인다. (완벽하지 않은 왕자를 오래간만에 본다.) 안나를 도와주며 결국 나중에 사랑을 이루는 한스도 왕자는 아니다. 공주가 왕자 아닌 평민 - 그것도 살짝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은 - 과 결혼하는 결말도 전통적인 동화와는 다르다. 월트디즈니사에 페미니스트 스탭이라도 투입되었나? 고작 이 정도 가지고 페미니스트 운운하면 진짜 페미니스트들이 화 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