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욕망이 곧 선이며, 따라서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물질을 갈구하는 것이 옳다는 신념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세태가 그렇다보니 학생들도 소위 명품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물론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이고, 비용 대비 편익이 큰 물건을 갖겠다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명품에 대한 집착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합리적이다.
첫째, 분에 넘치는 비싼 물건은 나의 자유를 구속한다. 늘 입던 편한 옷을 입고 싸구려 시계를 찬 날은 나의 사고와 행동이 자유롭다. 손을 씻기 위해 풀어 놓은 시계를 잃어버려도 - 물론 아쉼고 아깝긴 하지만 - 죽고 싶을 만큼 슬퍼지진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 시계가 천만원짜리였다면? 어디 스크래치라도 날까 전전긍긍하며 수시로 확인하게 되고,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아마 살기 싫어질 것이다. 이쯤되면 이건 내가 물건을 '모시는' 것이지, 나의 필요에 의해 물건을 '이용'하는 삶이 아니다. 이것이 인간소외가 아니고 무엇인가?
둘째, 명품 브랜드의 소비가 그다지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다. 비싼 이유는 분명하지만, 비싸다고 해서 품질이 그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가 만들어진 역사와 배경을 살펴보면 신분제 사회가 붕괴된 후 '노골적으로 상류층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계층의 필요에 의해 등장하게 되었다. 때문에 특정한 로고나 문양이 반드시 들어가야 했고, 희소성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비싸고 귀하다'는 것을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 학생이 비싼 운동화를 신고 와서 학생들을 피해 다니며 - 혹시 밟힐까봐 - 자랑하며 다니더니 정작 운동장에 나갈 때에는 신고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하긴 여자들도 비가 오면 빽을 가슴에 품고 달린다던가? 중요한 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너 자신이지 그 운동화가 아니라고 말을 해 주었지만, 과연 이해할까? '나 이런 물건 가지고 있어'가 결코 '나 이런 사람이야'는 아니건만,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그의 소유물로 판단하고 있으니 우리네 학생들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물건이 주는 즐거움은 그다지 길지 않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에 욕심을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즐거움이 길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 물건은 삶의 수단은 될 지언정 결코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자유를, 삶과 생명을 - 적어도 운동화나 가방같은 것보다는 -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길 바란다.
p.s.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럼 돈이 정말 많으면 그냥 비싼 물건 막 사도 되겠네요. 그럼 인간소외가 아니잖아요. 완벽하게 물건을 지배한다면..." 나의 대답. "응, 논리적으로는 옳지.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될거야. 그런 소비 행태를 보이면 아마 사회생활하기 힘들걸... 그런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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