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철학을 필요로 하는 시대

사회선생 2014. 3. 15. 01:00

 요즈음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자연과학의 시작과 끝은 결국 물리학, 사회과학의 시작과 끝은 결국 철학이라는 생각이다. 자연현상 연구는 따지고 보면 물질의 구성과 운동을 이해하고 밝히는 것이다. 사회현상 연구는 결국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고 밝히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가치 규범을 내재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근원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 철학을 필요로 한다.

 물론 샘 해리스처럼 과학이 도덕적 질문에 답변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의 강연을 들어봐도 난 과학이 명확하게 도덕적 질문에 답변을 해 준 것 같지가 않다. 인간을 정신과 육체(물질)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을 뿐이다. 뇌라는 물질을 통해 생각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뇌의 메커니즘에 의존해서 탄생한 인과 관계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학생들에게도 우리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성찰적 태도를 가지고,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적어도 내가 가치 준거의 틀을 제시할 수 없다면, 철학적 사고를 하도록 사고의 방식이라도 가르쳐야 한다. 사회 교과에서 해야 할 일 아닌가? 기원전 500년 전의 소크라테스가 왜 훌륭한 스승이었는지,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이라는 규범 철학과 그의 강의법이 왜 화제가 되었는지 새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수업 시간에 흉내 좀 내 봐야겠다.)  

 철학의 부재가 가져온 사례 하나. 조금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후배의 지인이 자살을 했다. 명문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촉망받는 젊은이였던 그는 간단한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그 유서 내용이 참 서늘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꼭 죽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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