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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선생 2014. 3. 15. 02:02

 중학교 사춘기 시절, 클래식 음악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빅토리오 개스만, 짐 에릭슨이 주연을 했던 영화 'RHAPSODY' 때문이다. 찰스 비더 감독이 1954년에 만든 미국 영화 랩소디는 - 중학생이었던 나는 영화를 보면 꼼꼼하게 영화 정보와 감상문을 남겨 두었던 탓에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 감독 등은 기억력이 떨어진 지금도 기억이 난다. -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인 두 남성과 한 여성 간의 삼각 관계를 다룬 평범한 멜러 영화였는데,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완벽했다. 잘 생긴 남녀 주인공이 나온데다가 통속적인 스토리, 감각적인 음악이 있으니 15세 소녀에게 더 이상 무엇이 필요했겠는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접근이 쉬운 음악인 낭만주의시대 음악이 흐르고 있었으니 더더욱... 당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얼린 협주곡 35번을 듣고 얼마나 많이 음반을 사서 모았는지...(지금도 그 때 산 정경화 연주의 음반을 가지고 있다) 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어떤가? '여자 주인공이 떠난 줄 알았던 결정적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그 음악을 한 동안 잊을 수가 없었고, 영화 역시 내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음반도 샀다. 그 때엔 그렇게 긴 연주자 이름도 한번만 들으면 외워졌던거 같은데 지금은... 외우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힘든 나이가 돼 버렸다.)

 사실 영화 자체로 보면 새롭거나 가치 있는 영화도, 완성도 높은 영화도 아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유명한 다른 고전 영화들처럼 TV에서 재방송 해 준 적도 없고, 그래서 중학생 때 이후로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없었다.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여기 저기 찾아봐도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 영화를 발견했다. 유튜브에는 없는 것이 없다더니 정말 대단한 유튜브. 가끔 유튜브에서 클래식 음악을 찾아듣곤 하는데, 'RHAPSODY'를 쳤더니 '그 결정적 장면과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지구상 어디선가 그 옛날의 나처럼, 사춘기 소녀들이 영화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유튜브에 올린 거겠지. (자막이 어느 나라 문자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제3세계 어느 나라인 듯 한데...) 그녀들은 이제 기록하지 않고 유튜브에 올린 후 댓글로 공감을 얻겠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추억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감성은 비슷할 것 같다. 추억에 젖는다. 땡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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