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김연아와 금메달

사회선생 2014. 2. 21. 11:19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마치자마자 오열하듯 울었을때, 그리고 곧 바로 은퇴 선언을 했을 때 난 그녀가 매우 측은했다. 최고의 선수지만 연습이 지독하게 힘들었고, 금메달에 대한 부담이 미치도록 컸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녀의 환상적인 스케이트 연기를 보는 것도, 그녀 덕분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인 그녀는 이제는 할 일을 다 했으니 스케이트를 벗고 싶다고 했다. 난 그 때 안타까왔다. 올림픽 금메달이 스케이트 인생의 종착점이라니...스케이트 타는 것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저는 스케이트 탈 때가 좋아요. 메달과 상관없이 힘이 될 때까지, 계속 스케이트를 타고 싶습니다. 아직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길 바랬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나온 그녀는 달랐다. 메달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 했고, 편파 판정으로 감정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녀는 연연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 했고, 이걸로 됐다. 감사드린다' 고 말했다. 난 그녀가 이번 올림픽의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로 보였고, 이번에는 금메달이 아니라 스케이트 무대 그 자체에 올인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움도 억울함도 접고,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됐다는 인터뷰를 담담히 하는, 성숙한 선수가 된 그녀의 모습이 훨씬 더 멋지게 보인다. 자신이 즐기며 최선을 다 했고,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걸로 된 것 아닌가? 국민들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은반을 떠나는 그녀에게 그 동안 수고했다고, 이제는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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