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안현수 선수가 화제다.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위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인터뷰하는 그를 보면 여전히 낯설다. 그가 한국 빙상 연맹의 부조리와 비리 등에 염증을 느껴 러시아로 귀화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낯선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지, 만일 그가 '그냥 러시아가 좋았어요. 그래서 러시아로 귀화했어요. 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안 되나요? 저는 한국보다 러시아가 좋아요' 이런 식의 인터뷰라도 했다면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으리라.
기성세대에게 국가는 조국이고, 개인보다 우위에 있는, 개인이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했듯이, 함부로 저버릴 수 없는 존재,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개인이 - 능력만 된다면 -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빅토르 안처럼 쇼트트랙을 사랑하는 선수에게는 쇼트트랙을 원없이 타게 해 주겠다는 국가이면 될 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비단 쇼트트랙뿐일까? 예술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서,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국적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우리나라로 귀화한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나라로 귀화한 사람을 역적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낯설어도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들의 기대만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면 그건 우리의 치부이고, 우리의 문제 아닌가?
그야말로 18세기의 사회계약설이 제대로 시행되는 시대는 21세기인듯 하다. 국가는 개인의 권리 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개인의 선택과 계약에 의해 가치를 가질될 뿐이라는... 그 계약 조건이 누군가에게는 스케이트가, 음악이, 그림이, 자연환경이, 직업이, 학교가 될 수 있을 뿐.
그런데 인재들이 빠져 나가는 걸 보면 참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조국에 남아 국가 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때문이다. 기성세대의 한계인가?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싶어요' 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는 날이야말로 한국이 살만한 나라가 되는 날이 아닐까 꿈꿔본다. 결국 한국만세를 꿈꾸는 나 역시 '심장의 더운 피가 흐를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부르자'는 교육을 빡세게 받은 기성세대인 탓이다. 그런데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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