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철밥통을 깨지 맙시다.

사회선생 2014. 5. 6. 21:04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철밥통을 깨자'는 제목을 보았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뻔할 것 같아서... 철밥통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오르내리는 직업이 교사와 공무원이다. 철밥통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철밥통을 가진 직종에 대해 불신감이 높은 탓에 그 철밥통도 빼앗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다. 일면 이해는 되지만, 과연 그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념이 확산되고, 우리나라에서는 IMF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다수의 직종에서 철밥통이 사라졌다.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정년이 보장된 직종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정년 보장을 비정상처럼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계약직, 연봉제 직종이 다수를 이룬다. 어느 새 사회에서는 철밥통=비효율성이라는 기업가 중심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철밥통이 주는 안정성과 그것을 토대로 한 업무 달성의 효율성도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건만 - 이번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가장 큰 원인은 아니었지만,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조차 저임금 계약직이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 사회 안전망도 하나 없는 사회에서 철밥통 빼앗자는 것은 같이 망하자는 것이지, 함께 발전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연 '철밥통'이 없어져서 고생 좀 해 봐야 직업윤리가 살아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될까?  과연 그럴까?  

 철밥통은 생계를 넘어 생존과 관련된 것이며 -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사회에서는 더더욱 -  우리  사회에서 모든 직업, 모든 직종에서 지향해야 할 고용 방식이 되어야 한다. '우리도 철밥통이 아닌데, 왜 쟤들만 철밥통이냐? 쟤들의 철밥통을 깨자'는 평등성(?)의 실현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철밥통을 보장해라'가 사회 운동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철밥통을 깨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결국 근로자들의 제살 깎아먹기, 목마를 때 바닷물 퍼먹기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이 시기에 무능한 공무원이나 교사가 철밥통의 보호 아래 자리 차지하고 앉아 유능한 청년들의 자리를 내 주지 못하는 경우 있을게다. 그리고 그런 무능한 인간들때문에 정부 관공서나 학교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인을 '철밥통'이 아닌 '인사 운영 방식'  등에서 찾는 것이 옳다. 그것이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철밥통은 모든 직업, 모든 직종에서 지켜주어야 할 원칙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회 운동의 방향이 '쟤들의 철밥통을 깨자' 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철밥통을 보장하라'가 되어야 한다. (네가 교사니까 그런 말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진 마시길-! 기업가라면 모를까 근로자의 입장에서 정년보장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