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다. 온통 '너는 왜 그렇게 무능하냐, 너는 그 돈 다 어떻게 벌었냐? 너 옛날에 그런 말 한 적 있지? 네 아들 네 마누라 문제있다.' 온통 타인을 비난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정말 되묻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얼마나 깨끗하신지? 그렇게 말할 자격들이 있으신지?'
오늘 안대희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했다. 5개월 동안 변호사로 일하며 번 수입이 10억이 넘는다니 우리같은 서민들로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다. 장동건이나 전지현이 그렇게 버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 나는 그들이 그렇게 버는 것도 뭔가 분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 변호사가 그렇게 버는 것에는 아무래도 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그들이 소송제도를 이용하여 뭔가 살짝(?) 사기를 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저렇게 벌까 싶은... 전관예우, 지나치게 많은 성공보수, 불공정한 계약 등이 끼어 있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불법도 탈법도 아닌데, 그냥 변호사로 일하며 돈이나 벌면서 폼나게 골프나 치고, 크루즈 타고 해외 여행이나 다니고, 금쪽같은 자식들이 미국에서 살겠다면 비벌리힐즈 같은 곳에 저택 하나 사 주고,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골치 아프게 총리따위 무엇하러 할까?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큰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니고 - 차라리 변호사 해서 돈 왕창 벌며 팡팡 쓰다가 죽기 전에 기부 재단 하나 세우면 더 명예롭지 않겠는가? -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데 굳이 총리하겠다고 나서게 될까? 심지어 '내가 번 돈은 내가 생각해도 과분하다.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까지 하면서... 총리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자리인가?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대희 총리내정자는 자신이 번 돈은 자신이 생각해도 과분했다며 이미 4억을 기부했는데도, 10억 마저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총리를 맡겠다고 했다. 자신부터 개혁하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의 개혁이 그에게서 끝나지 않도록 힘을 써 주는 총리가 되기를... 그리고 그가 진정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기원한다. 나라면 과연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가 번 돈이 과분했다고 털어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모처럼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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