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선생님, 저는 아빠가 없어요.

사회선생 2014. 4. 9. 21:02

 한부모 가정이 많다. 최근에 더 많아진 것 같다.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리라. 우리 학급의 경우 40명 학생 중 9명이니 20%가 넘는다. 사별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다. 아마 재혼가정이나 별거가정까지 합친다면 이보다 더 많으리라. 이제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전제하고 수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건만... 

 면담 중 한 학생이 내 수업 시간에 매우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회문화 수업 시간에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까? 똑같다면 혹은 다르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과연 그 근거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일까?' - 양적 연구 방법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해 한 질문이었다. - 하는 질문을 했는데, 자신은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답변하기 매우 곤란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답변할 순서가 되었을 때 심장이 매우 쿵쾅거렸다고 한다. 

 아차 싶었다. 정말 미안했다. 변명의 여지 없는 나의 잘못이다. 그래서 '미안하다. 선생님이 세심하게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네가 수업 시간에 표시내지 않고 슬기롭게 넘어가 주고, 이렇게 말 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왜 가족에는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닌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말로는 그렇게 가르쳤으면서 당사자의 입장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빨리 사례를 바꾸어야겠다. 혹시 그와 유사한 사례를 설명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면담을 하며 나에게 깨달음을 준 그 녀석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얘들아, 미안하다.   (0) 2014.04.17
답이 없는 수학 시간  (0) 2014.04.10
다수결로 해서는 안 된다  (0) 2014.04.09
사적인 일은 제발 시키지 말아주세요.  (0) 2014.04.05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안 돼요.  (0) 201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