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의사들은 파업한대고, 환자들은 힘들고.

사회선생 2014. 1. 21. 19:45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제도가 생겼을 때 매우 큰 저항이 있었다고 한다. '왜 병원에도 자주 가지 않는 내가 소득이 많다고 더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국가의 횡포다.' 누군가는 독재 시절이었으니 만들어졌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제도는 한참 뒤에 미국식으로 만들어졌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무상 의료는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 아닌가? 복지 국가가 무엇인가?

 그런데 의사들은 늘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와 같다고 투덜거린다. 자신들이 공부하는데 국가에서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의료비 수가를 낮춰 자신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대에서는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가 인기이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이 인기 아닌가?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서는 돈을 벌려면 환자를 보면 안 되고 정상인을 봐야 한다고 한단다. 비만 클리닉, 노화 방지, 피부 관리 등. 응급 환자가 많은 산부인과나 일반외과 등은 기피하고 있다. 의사 개인도 그렇지만,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든 '비급여'로 환자들을 몰아 최대한 이윤을 내려고 기를 쓴다. 종합병원에서도 이윤을 많이 낸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들 간의 월급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들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며 늘 자신들이 공부한 만큼, 기술을 가진 만큼 대접받지 못한다고 억울해 한다.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힘들다. 아무리 봐도 의사들은 평범한 근로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고소득자들로 보인다. 그들이 파업을 하겠다, 수가 높여달라고 하는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환자들의 경험을 보더라도 - 특히 장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중병 환자들은 더욱 더 - 진료비는 여전히 비싸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틀니 하나 해 끼우는데 수 백 만원이 들고, 암이나 뇌졸중같은 병에 걸려 제대로 치료받으려면 한 달 진료비가 수 백 만원을 넘나든다. 수 년 동안 그 지경이 되면 가족들의 삶도 황폐해지고 파산하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에게는 (고가의) 비급여 치료라고 해도 더 좋은 치료 방법이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부에서는 비급여 치료를 보험 적용 대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힘들다.

 반려견이 동물병원에 가서 간단한 처치 하나 받고 오는 데에도 대부분 3만원 정도는 든다. 그런데 병원에 감기 치료 받고 나오면 약까지 사와도 채 5천원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즉흥적으로 드는 생각인데... 의료 보험 수가를 적용할 때, 비교적 일회성의 간단한 질병은 - 질병이라고 할 수 없는 감기나 미미한 상처 등 - 의료 보험 수가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병 - 암이나 기타 난치병 등 - 은 의료 보험 수가를 낮추며 비급여 체계를 줄여나가는 것이 나름대로 의사와 환자의 간극을 조금 줄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낮은 진료비와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사회주의로 가면 후자가 담보되기 힘들 것 같고, 자본주의로 가면 전자가 불가능해질테이니...어떤 경우에도 진료비가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도록 해 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 유출에는 동의한 적 없는데요  (0) 2014.01.23
제발 정당하게 돈 버시죠.  (0) 2014.01.23
적정 수준의 임금  (0) 2014.01.20
정말 남북통일이 가능할까?  (0) 2014.01.15
SH 공사에서 한 씁쓸한 경험  (0) 201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