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경제적 보상이 개인의 성과와 사회적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 균형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접점을 찾아 적정 임금을 결정해 주는 공식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자들은 뭐하나 몰라, 노동경제학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 가끔 상상을 초월하는 저임금 혹은 고임금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정말 그게 타당한 임금인지 의구심이 든다.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다녀서 겨우 몇 천원 손에 쥔다는 것도 어이 없지만, 유명 배우들이 드라마 편당 출연료를 1억원씩 받는다는 것도 의아하다. 정말 시장경제의 원리에 딱 맞는 완벽한 균형 임금이 형성된 것일까? 임금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적정선’이 과연 ‘타당’한가에는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라고 해도 드라마 출연료가 편당 1억원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좀 더 엄격히 말하자면 제작비의 60% 정도를 독식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제작비의 60% 정도가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로 지출된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이 제작비의 30%를 출연료로 지출하는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한정된 제작비를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로 지불해야 하니 영화 현장이나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늘 저임금과 임금 체불에 시달린다. 배우들의 티켓 파워 혹은 시청률 파워를 감안하면 제작사에서는 그 만큼이라도 주고 기꺼이 모셔와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당연한 ‘투자’라고 할 지 모른다. (울며 겨자먹기라고 하는 제작사들이 더 많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가 또 대부분의 일은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더 중요하고, 더 실력있고,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독식하는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가 좋아서 현장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일하지만 생활고를 겪고 있고, 드라마 역시 비인간적 제작 현장에서 혹시라도 다음에 짤리지 않기 위해 갑의 횡포를 무조건 견디며 저임금에 혹사당한다고 한다. 적어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비가 분배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비단 연예 시장만 그럴까? 우리네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균형 임금인지? 요즈음 '창조 경제'가 화두라던데,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적정 수준이 임금을 결정하는 틀이라도 창조해 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적 성과'와 '사회적 안정' 사이의 그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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