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SH 공사에서 한 씁쓸한 경험

사회선생 2014. 1. 14. 21:59

작년 가을이었다. SH공사에 간 일이 있다. SH 공사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소진하기 위해 분양 조건부 전세, 할인 분양 등을 했는데, 이에 대해 알아보고 신청하기 위해 간 것이었다.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하지만, SH 공사에는 그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릴 만한 공간은 둘째치고, 안내 표지판 하나 없었다. 담당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끼리 '이게 무슨 일이야' 의아해 하며 업무에 대해 묻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사무실에 가득 차 있는데, SH 공사는 이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하고, 대응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사무실에 몰려들어 우왕좌왕하자 - 사무실 내의 직원들도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 그제서야 누군가 '줄을 서시오'라고 외친 후 한참 기다리게 하더니 일처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누가 봐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SH 공사라면 최고의 연봉을 받는 직장 아닌가?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문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사기업에서라면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사태(?)였다. 분양받기 위해 온 사람들을 이렇게 대접(?)하는 건설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곧 망할 회사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SH 공사는 아무리 사람들이 모여서 아우성을 쳐도 굳건히 유지될 수밖에 없는 회사 아닌가? 그들의 태만이 느껴지며 매우 불쾌했다.  

 하나의 경험을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업종의 종류에 따라 민영화가 바람직한 지 여부는 완전히 달라진다. 경영 실적, 즉 경제적 성과만으로 공기업은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근무 태도와 일처리 방식은 그 이후 SH 공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과연 그들이 전문적으로, 도덕적으로 회사를 잘 운영할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SH 공사는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적자와 부채 폭증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성과급은 늘 더 챙겨왔단다. 도적적 해이 현상이 극에 달한 것이다. SH 공사의 적자가 주거복지사업과 직접적 관련성도 적은 것 같다. 주요 적자의 원인이 투자 손실 - 은평 알파로스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 3002억원, 용산 드림허브 관련 유가증권 손상 평가 490억원,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 1011억원 등이란다- 이라면, 그리고 거기에 성과급 잔치까지 거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민세금으로 주거복지사업하라고 했는데, 제대로 못한 것 아닌가? 무엇이 해결책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민영화든 좀 더 엄격한 정부의 감시와 감독이든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 

 당시 SH 공사에서 일처리를 하고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 "요즈음은 학교에서 학부모 입시 설명회 하나를 개최해도 이렇게 주먹 구구식으로는 못하는데, 정말 공기업이 편하기는 편한가보구나. 이렇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몇 개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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