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이동해야 하는 국내 여행길을 나서기 전에 심호흡을 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번 길에서는 제발 로드킬을 보지 않게 해 주세요' 속초에 자주 가는 편인데, 수 십 번도 더 다녔지만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목격하지 않은 날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때에는 가는 길에서만 세 번 이상을 목격하기도 했다. 개나 고양이가 대부분이고 새나 노루와 같은 야생 동물 사체도 목격된다. 그런 동물의 사체를 보면 그 잔상이 오래 남아 가는 길 내내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번 속초 여행 길에는 왕복 길에 한 번도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보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4차선 도로에서 뛰어나니며 노는 개들을 목격하긴 했지만, 그 녀석들도 차를 살펴가며 무사히 길을 건너는 걸 목격했다. 어쨌든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 내게는 매우 큰 행운이었다. 물론 내가 보지 않았다고 로드킬이 없었던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적어도 로드킬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인간은 인간의 편의대로 길을 만들지만, 그리고 동물들에게 너희는 여기로 다니라고 마음대로 길을 만들어주지만 -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야생 동물들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 그들은 인간의 언어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늘 다니던 그 길로 왜 다니면 안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로에, 도로에, 하수구 등에 빠져서 죽는 동물이 매우 많다. 야생 동물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면 큰 울타리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되고, 하수구는 그물같은 것으로 위를 덮어 놓으면 되고, 수로라면 완만한 길을 몇 개라도 만들어 놓으면 되지만, 인간은 세심하게 그들이 빠지지 않게 혹은 탈출할 수 있게 배려하지 못한다.
로드킬을 했을 때조차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냥 뺑소니가 되어 버린다. 모쪼록 개발 과정에서 이제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배려하는 장치들을 의무화하고, 로드킬을 하지 않도록 또,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 등을 체계화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인간을 위해 살던 개들이나 평화롭게 자기들의 영역에서 살던 야생동물들이 영문도 모른채 도로 위에서 바퀴 자국에 눌린 채 사라져 가는 것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다. 이는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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