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교무실에서의 소박한 담소. 한 동료 교사 왈, "난 키도 작고 못 생겨서 공부 열심히 했어. 진짜야."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그 때에는 그렇게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요" "맞아요. 예전에는 그랬죠. 그런데 살아보니, 점점 외모와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점점 더..."
웃자고 시작한 말이었는데, 들어보니 걱정스러웠다. "점점 더...'라는 말을 부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나가고 있는 방향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외모지상주의가 점점 심화되고, 물질이 신격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나 저항없이 그에 맞춰서 살아나가야 하는 인간.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친해지고 싶어도 친해지기 힘든 대상 아닌가? 수려한 외모와 많은 돈.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이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매달리니...방향이 잘못되어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그 길을 가도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외모나 돈은 결국 파랑새 같은 것 아닌가?
운명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불공평하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는 완전히 썩은 사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점점 그런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남자아이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해야 돈 많이 벌고 그래야 예쁜 여자랑 결혼할 수 있다고? 여자아이들에게는 다 필요없고 그저 예쁘게 얼굴과 몸매 관리 잘 하는 것이 최고라고, 그래야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팔자 편다고? 우리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외모에 집착하는 한 학생에게 "외모보다 중요한 건 인격과 실력이야" 이런 전근대적인 말을 했다가 한 방 먹었다고 한다. "선생님, 외모도 스펙이고 실력이에요."
외모에 상관없이, 가정 환경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어떤 학생들도 열등감 느끼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하지만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기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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