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솔직함과 뒷담화, 말이 주는 불편함

사회선생 2013. 12. 10. 20:17

누가 봐도 유능한 교사가 될 자질이 충분한, 아니 이미 유능한 교사인 후배가 아직도 정교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수 년 째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학교에도 그런 기간제 교사들이 매우 많다. 연말인 요즈음은 그들이 재계약 여부를 놓고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이다. 후배 역시 그런 이유로 정교사 자리가 있는 학교에 시험을 보고 가는 길에 잠깐 들러 기간제 교사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나를 기암하게 했다. 평일 대낮에 시험을 치러야 해서 할 수 없이 현재 다니는 학교에 연가 신청을 했는데, 사유를 묻는 교감에게 다른 학교에 시험 보러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솔직함이 주는 불편함을 선택했냐고 힐책했다.  그럴 때에는 솔직함보다 너도 나도 아는 거짓말로 포장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일 수 있다고...  사실 후배도 모르지 않았다. 발령을 내 준다면서 몇 년 동안 잡아 두고 있는 학교에 대한 섭섭함을 교감에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사립학교에서 교감이 무슨 힘이 있나? 

 잠깐 후배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교무실로 들어왔는데 뒤통수 쪽이 시끄럽다. 3학년 담임 교사 몇이 식당에서 옆에 앉은 학부모들의 '적나라한 뒷담화'를 들은 탓이었다. 그녀들은 그들이 들은 뒷담화를 학교에 들어와서 풀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녀들을 통해서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야기였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첫째, 그녀들은 왜 저런 불편한 이야기를 저렇게 공공연히 떠들면서 다닐까? 그녀들은 진정 우리들 혹은 뒷담화의 당사자들을 생각해서 이야기를 전달한 것일까? 둘째, 그 학부모는 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떠벌였을까? 그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과 자신의 딸을 돋보이게 하고 싶어 의도적인 과장, 왜곡을 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겉과 속이 다른,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결함 있는 인격의 소유자일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답이 보인다. 건너서 들어온 이야기에 부화뇌동 휘둘리지 말고, 그냥 못 들은 걸로 하자. 내가 나의 불편함을 혹은 억울함을 학부모에게 이야기한들 그건 또 얼마나 웃기는 모양새인가? 그것도 '누가 그러는데요'로 시작하는 말이라면 더더욱...말이 주는 불편함은 애정이 있는 대상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하루 종일 말이 주는 불편함에 속이 시끄러웠다. 한 선배가 다가와서 말했다. "그런 말 못 들은 걸로 해. 반응도 하지 마. 우리가 없는 곳에서는 더 한 말도 난무하는 법이야. 왜 거기에서는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한 마디 못하고 여기와서 저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인것처럼 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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