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교에는 여교사가 남교사보다 많다. 사립 남자고등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여교사가 남교사보다 많다.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여교사의 비율이 높고, 초등학교가 중학교보다, 고등학교보다 중학교가 여교사의 비율이 높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교사 채용 시험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하기 때문이다. 국가 고시-행정고시, 사법고시, 각종 공무원 시험 등-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남성과 동등하거나 추월하는 현상은 면접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사립 남자고등학교는 남교사의 비율이 여전히 높다. 또 대기업은 어떤가? 압도적으로 남성 합격자의 비율이 높다. 면접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면접은 자의적인 평가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교사라는 직업이 능력있는 남자들이 몰릴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야망을 가지고 더 넓은 무대에서 진취적인 일을 하면서 살아야 남자답다고 사회화된 남성들에게 교사는 여성들에게나 적합한 별볼일 없는 직업이다. 좋은 성적을 가진 남학생이 사범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며, 명문 대학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이 교사로 지원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무시한 채 남교사 할당제를 시행하겠다니 이야말로 역차별이다. 여성 국회의원이 너무 적어서 여성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여의사가 너무 적어서 여성들이 불편하다고, 여성 판사가 너무 적어서 재판이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과거 남교사가 많던 시절, 남교사가 많은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여교사가 많아서 문제라는 소리는 많이 들린다.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은 여교사가 많으면 학생의 성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그럼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두 여성화 혹은 남성화된다는 것인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편견에 가득찬 말이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 탓에 안정성을 중시하다보니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나보다. 그러나 국가 고시 결과로는 성비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대두되고 있는 남성할당제. 할당제란 그 간 불평등으로 인해 불이익과 피해를 보고 있는 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시행하는 실질적 평등 실현의 수단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 동안 남성들이 어떤 불이익과 피해를 보았기에 할당제로 머릿수를 채워주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 상황때문에 한시적으로 생긴,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철밥통' 때문만은 아닌지...
p.s.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교사라는 직종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비교적 양성 평등이 잘 실현되고 있는 북유럽에서도 교사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여성들이 돌보는 것과 가르치는 것 - 언어 능력, 타인과의 관계를 호의적으로 유지하는 능력과 관계있다 -에 더 유리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그에 적절한 직업을 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라면 결국 남성할당제를 시행해도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남자다운' 적성 찾아 교직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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