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시대착오적인 경제교육

사회선생 2021. 3. 25. 10:46

오래간만에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내 머리는 경제학에 구조화가 안 돼 있다는걸 절감하고 있다. 희소성과 합리적 선택에서부터 계속 왜 우리가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과서를 만든 사람도 이럴진데 일방적으로 학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은 더 하지 않을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나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싶고, 기회비용은 인간의 시간적 공간적 유한성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비용에는 수량화하기 힘든 '가치'가 들어가므로 그 가치를 비용으로 환원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용을 장기적인 가치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경제 교육같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그렇게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경우 학생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선다형 문제 풀이에서 혼란에 빠지고, 그 문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과서는 경제 교육이 아닌 경제학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고전적인 계량 경제를 토대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개별 교사의 입장에서 가르치라는 대로 가르칠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에, 환경 오염은 심해지고, 멸종 동물들은 많아지는 시대에 경제 교육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은 나 뿐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