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로소득에 대해 매우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 주기에서는 노동을 할 수 없는 때가 오기 때문에 그 때의 소득을 위해 우리는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해서 자본을 비축해 놓으려고 한다. (할 수밖에 없다.)
유시민이 부동산으로 차익을 남기지 못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한 것도 불로소득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순 접근은 정말 위험하다. 모든 불로소득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버리는 것도, 소득 격차의 원인을 부동산으로만 보려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계급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계급을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계급을 이원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생산수단과 임금도 단순화해서 이야기하기 참 어렵다. 현실에서는 고임금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가난한 임대업자도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도 스스로 지식노동자라고 하지 않는가? 그를 노동자 계급에 넣는 것이 맞는가? 한국에서 제일 비싸다는 반포의 아파트에 산다는 그를 어느 계급에 넣어야 할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도 그렇게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대의 k-pop 스타는 한 곡 불러주고 수천만원을 받는다. 반면 평생 동안 번 돈으로 5층짜리 건물을 산 노인이 한 달에 500만원 수입을 얻는다. 전자는 노동으로 인한 수익이라 도덕적이고, 후자는 불로소득이라 부도덕한가?
불로소득에 대해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진보 인사들이 인기를 끌기 위해서인지 단순 접근하며 바람몰이하는 것을 볼 때마다 회의가 든다. 정말 저게 옳은 접근인가? 무조건 소득으로 접근해서 소득세로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0억 부동산을 사서 20억에 팔았으면 그 보유 기간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소득세로 책정하면 되는건 아닌가? 부동산 장사 못하게 하려면 소득세율을 높이면 되는것 아닌가? 그런데 사지도 팔지도 갖지도 못하게 하니까 시장은 요동치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불로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소득이 문제인거 같은데... 어느 유명한 진보 인사는 한 번 강의할 때마다 강의료를 수천만원 받는 다는데 그건 능력에 비례한 것이라 괜찮은건가? 그냥 무조건! 소득 누진세율로 가는 것이 부동산 투기도 막을 수 있을거 같은데... 아닌가? 아, 정말 경제는 진짜 적성에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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