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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나라

사회선생 2020. 12. 16. 08:58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치맥의 나라가 됐다. 치킨집이 많아진건 IMF 이후 눈물의 퇴직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많아졌는데, 이후 그들 간의 피 말리는 경쟁이 치킨 강국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치킨과 맥주의 음식 문화가 한국의 관광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닭은 - 오리 빼고 -  2억 마리라고 한다. 정말 치킨의 나라, 닭의 나라라고 할 만하긴 하다. 그 닭들은 다 어디 있을까? 별로 넓지도 않은 땅에서 그 많은 닭을 어떻게 키울까 싶은데, 인간의 이윤을 위한 머리는 참 발달됐고, 인간의 생명감수성은 참 메말라서, 그냥 닭한마리 들어갈 정도의 케이지를 아파트처럼 쌓아 놓고 한 마리씩 넣어놓은 후 키우고 있다. 병 걸리지 말라고 가끔 살충제도 뿌려주고, 항생제도 먹이면서....

우리는 그런 닭을 먹고 산다. 치킨의 나라라고 하는데, 치킨을 만드는 사람도, 치킨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치킨을 만드는 사람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 마진으로 - 모두 프랜차이즈인데다가 경쟁이 치열해서 돈 많이 벌기 어렵다. 골목마다 얼마나 많은 브랜드의 치킨집들이 있는가? 끊임없이 폐업하고 개업하는 치킨집들을 보라. - 힘들고, 닭들은 살아도 산 목숨 아닌 것처럼 사는게 힘들다.

먹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맛있는 치킨을 집까지 배달해 주니 나쁠거 없어 보이지만, 건강하지 않은 닭을 먹는게 인간의 건강에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다. 키운 환경도 문제지만, 조리 방식 역시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산패된 기름에 튀겨서 온갖 인공적인 향료의 시즈닝을 뿌려댄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의 나라라면 치킨을 만든 사람도, 치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을까? 오래 전, 우리 사회에서 닭은 귀한 손님이 오거나 복날에 몸보신을 하기 위해 어쩌다가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삼계탕이나 백숙은 몸에 좋은 재료들을 넣어 별 양념없이 푹 끓여낸 음식이다. 지금도 몸에 좋다고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 때의 닭이 그 때의 사람들이 훨씬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식습관은, 우리의 지나친 경쟁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그들에게도, 그리고 닭들에게도 별로 이익이 될 게 없는 것 같다.

코로나가 창궐해서 아무도 닭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 지금, 조류 독감으로 429만 8천 마리의 닭이 지난 한 달 여 동안 살처분되었고, 지금도 유행 중이라 앞으로도 계속 살처분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도 괜찮은걸까? 닭은 이미 인간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