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을 받는 개와 퍼피워커가 모욕을 당했다. 철저히 약자인 개는 오줌을 지릴 정도의 공포감에 휩싸였고, 퍼피워커는 항변했지만 결국 쫓겨났다고 한다. 개에 대한 혐오감과 안내견 응대에 대한 무지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직원의 잘못처럼 보이지만, 그런 불법과 혐오감이 주는 폭력을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드러났을 뿐이다. 롯데마트라는 대기업인데다가 목격자가 인스타그램으로 공론화했기에 이슈가 되었을 뿐, 유사한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시각장애인들 중에 그런 경험 한 번 안 당해 본 사람을 찾아보시라. 단언컨대 절대로 없다!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힘든건 법에 대한 무지함때문이 아니라 원인 불명의 혐오감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개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은 다행스럽게도 인권감수성이 신장하며 많이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런데 개에 대한 혹은 고양이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많다. 뱀에 대한 혐오감은 뱀과 함께 사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별로 드러날 일이 없겠지만,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드러날 일이 많이 생겼다.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감이 있어도 있는 줄 몰랐다가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드러나는 것처럼... 문제는 그런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은 마치 휴머니스트라도 된 양 갑자기 '사람이 먼저'라며 동물 혐오를 정당화한다는 사실이다.
그 마트 직원은 개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을 가능이 높다. 만일 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퍼피워커가 '훈련 중인 안내견이라 마트 출입이 적법하다'고 했을 때에 "제가 확인해 보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기사에 의하면 그는 대짜고짜 어디 개를 데리고 들어오냐고 소리를 질렀고, 항변하는 퍼피워크를 다그치며 쫓아냈다. 개를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개만 보면 얼굴을 찌푸리며 더 나아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차별과 폭력의 세계가 있다. 개 끌고 다니는 사람 중에 잘못한거 없이 불쾌한 일 한 번 안 당해 본 사람 나와보라고 하라. 이 역시 절대로 없다! 안내견도 이런 봉변을 당하는데 평범한 개와 보호자들은 욕 먹고 사는게 일상이다.
혐오감은 매우 병리적인 문제이다. 단순한 공포감보다 훨씬 심각하다. 상황이 가능한 경우에 마트 직원처럼 폭력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선, 표정, 언어적인 폭력에서 더 나아가 물리적 폭력까지 수반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쫓겨난 것은 엄청난 차별이고 폭력이다.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은 혐오감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려 하지 않고 대상을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차라리 피해주면 고맙지만 자신이 힘이 세거나 갑의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상대를 제거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동물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에 너무 관대하다. 혐오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회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아는지?
개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목줄하고, 알아서 갈길 얌전히 가고 있어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짜증나는 표정) 그렇게 큰 개를.... 지나가야 되니까 꼭 잡고 계세요.(소리 지르며 당당히 명령. 부탁이 아님)" 나도 말하고 싶다. "크든 작든 무슨 상관이에요? 알아서 지나가세요. 그냥 가던대로 가시면 얘도 관심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개가 무서우면 병같은데 치료를 좀 받으시죠. "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그 사람의 명령(?) 대로 했다. "해리야, 여기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자. 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래." 아마 해리가 말을 할 줄 안다면 내게 말했을거다. "난 저 사람이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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