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호랑이 사살에 반대한다.

사회선생 2013. 11. 30. 18:50

서울대공원의 호랑이가 사육사에게 위해를 가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육사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도 있을거고, 또 그렇게 된 데에는 열악한 관리 체계 탓도 있을거다. 그런데 호랑이 사살론이 삐져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호랑이가 사살될 만큼 잘못한 것이 없다. 근본적으로 야생동물인 호랑이를 그 좁은 철창 안에 가두어 둔 자체가 잘못이다. 그렇게 위험한 동물인 줄 알았다면 동물원 차원의 안전한 관리책이 준수되어야 했다. 호랑이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그 앞에서 움직이는 인간을 문 것은 호랑이의 본성 그 자체다. 심지어 전날부터 우리 안을 돌며 울부짖는 등 흥분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데 '감히 동물주제에 인간을 물었으니 너따위는 죽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있나보다. '어떻게 인간을 물어 중태에 빠뜨린 호랑이를 지속적인 전시 동물로 볼 수 있겠냐'며 불편한 심경을 차라리 사살로 끝내자는 논리도 있나보다. 

 그런데 어떤 이유든 옳지 않다. 인간의 잘못을 왜 호랑이에게 뒤집어 씌워 면책하려 하는가? 호랑이는 본능이 - 동물원의 동물은 본능조차도 사실 거의 사라져 삶의 의욕조차 거의 없어지지만 - 시키는대로 한 것 뿐이다. 그리고 다시 자기 우리로 돌아가 지금은 얌전히 있다. 한 번 사람을 물었다고 지속적으로 물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제대로 관리만 잘 한다면 - 밖으로 뛰쳐 나와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 우리 안에 얌전히 있는 호랑이를 살처분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 문제를 계기로  동물원 관리 체계의 문제, 동물원이 이대로 좋은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호랑이 사고를 계기로 동물원 동물의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동물원의 동물은 사실... 미쳐가고 있다. '미친 동물'들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친 인간들'이 정상적인 동물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물의 살처분을 둘러싼 흥미로운 판례 하나. 2009년 뉴질랜드에서 몸집이 커다란 맹견이 세 살짜리 남자 아이를 물어 큰 상처를 입혔다. 아이의 엄마는 당연히 그 개의 살처분을 주장했고, 개의 주인 역시 이를 부정하기 힘들었다. 아이에게 위해를 가했으니 중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해밀턴 시당국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당시 사건 현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세 살짜리 남자 아이가 먼저 개에게 다가가 개의 고환을 손으로 잡아 당기는 등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목격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동물 관리 담당자의 소견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밀턴 시 당국은 그 개가 사람들을 공격했던 전과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 당시 행동으로 볼 때 자기 방어를 한 것이라며 살처분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개에게도 자위권이 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