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업의 질이 떨어지다

사회선생 2020. 7. 2. 12:20

코로나로 인해 등교가 불가능한 날이 많아질수록, 학교 교육의 기능이 지식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아이가 집에서 게임하고 유튜브나 보며 점점 황폐화돼 가는 것을 경험하면 차라리 잠을 자도 학교에 가서 자라고 하고 싶어질거다. 공부? 어차피 학교 간다고 공부 못 하는 아이가 잘 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친구들과 군것질 하며 수다라도 떨고,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운동이라도 하고, 야자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할 지언정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의미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학교는 감옥과 같다, 학교는 기업에 순응하는 노동자를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래도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인들과의 아날로그적인 상호 작용이 생각보다 큰 기능(?)을 한다. 가족 안에서만 성장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떻게 되겠는가? 그나마 학교는 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며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오히려 고착화시킨다고 하려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고 싶은데 이 놈의 마스크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린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왜 그런지 이야기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교사는 어떤 설명을 할 때 학생들의 표정을 통해 발문이나 설명의 수위 조절을 한다. 지금 이해를 하는지 못하는지 표정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스크 수업은 이를 방해한다.

둘째, 수업 시간에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다.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는 것은 일단 말을 자유롭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평소에 말을 많이 시키고 학생들의 답변을 통해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데, 원래도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들이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더 말을 하지 않아서 소통을 하는 수업이 불가능하다.

셋째, 설명을 아끼게 된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말을 더 크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마스크때문에 숨이 차다. 그렇다보니 본능적으로 말을 덜 하게 된다. 평소같으면 세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할 내용을 두 가지 사례만 든다든지, 더 강조하며 설명해야 할 부분을 적당히 설명하고 끝낸다. 

넷째,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지 못하겠다. 적어도 담임 반 학생들만이라도 얼굴과 이름을 외워야 하는데, 마스크로 반쪽자리 얼굴만 보는 데다가 등교도 격주로 하다보니 이름을 따로 외워도 얼굴과 제대로 매치를 못 해서 실수를 한다. 제대로 외워지질 않는다. 그건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매우 악영향을 미친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수업을 해야 할까, 다시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모르긴해도 이렇게 등교하며 학교 생활을 한 아이들은 이전의 아이들과 분명히 다른 성취도, 성향을 보일거다. 좋은 연구 주제일거 같긴한데 내가 하기는 싫네. 게으른 투덜이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