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3학년은 진짜 등교하고 싶어할까

사회선생 2020. 5. 14. 09:56

입시 부담이 가져오는 불안감과 대비책 때문이지 사실 1, 2학년이 등교 개학에 대한 열망이 더 클거다. 많은 사람들은 입시때문에 3학년이 등교 개학을 하고 싶어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으로 입시만 생각한다면 3학년은 등교 개학보다 그냥 집에서 자기가 필요한 공부만 하는게 그들의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수시 준비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수시에 대한 대책 - 예를 들면 수시 입시에서 3학년 1학기 기록은 보지 않겠다고 한다든지 - 이 필요한 단계이지 학교에 나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코로나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학교 수업을 정말 필요로 하고 원할 가능성은 1,2학년이 더 크다. 입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그나마 학교 수업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역설같지만 사실이다. 그들은 수업에도 평가에도 관심이 많다. 3학년이 평가, 즉 시험 성적에만 관심이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온라인 수업 출결 체크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2학년은 미이수 학생이 거의 없다. 방 안에서 어떻게 듣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쨌든 출석이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문제는 3학년이다. 아예 안 듣는 학생이 한 반에 한 두명씩 있고, 서 너 명은 듣다 말다이다. 늘 밀리는 학생들도 있다. 이건 학교 수업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 3학년의 경우에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은 시간 운영을 자유롭게 하며 자신들이 필요한 과목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이다. 학교에 나오면 수능 선택 과목이 아닌 것도 해야 하고, 그런 과목의 수행 평가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내신이 중요하니까 안 할 수도 없고, 하기는 싫고 괴로웠는데 지금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성적 최하위권인 학생들도 좋기는 마찬가지다. 등하교의 부담없이 늦게 일어나서 하루 종일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대학은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다. 자신의 성적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웹서핑, 게임이나 하면서 보내고 있을거다. 그 학생들을 학교 교실에 끌어 앉혀놔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을 못 만지게 하니 잠이나 자면서 보낸다. 최상위권? 자기 선택 과목 아니라고 공부 안 한다.

3학년이 지금 불안한 이유는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성적 순위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과 내신 성적과 스펙으로 대학 가야 하는 수시파 학생들때문이다. 이건 정부에서 정책으로 해결해 주어야 할 일이다. 모의고사를 온라인으로 보게 하고, 정기고사는 온라인 수업한 내용으로 등교해서 보게 하고, 3학년 1학기 수시 스펙은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떨까싶다.수업도 안 했는데 평가를 하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온라인 수업도 수업이고, 반별로 차이도 없는 수업이니 나름 공정하다면 교실 수업보다 더 공정할 수 있지 않은가?

난 오히려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1,2학년이 더 안타깝다. 입학식도 못한 1학년, 이제 좀 공부해 볼까 생각하고 있는 2학년은 학교라는 장을 100%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의 목적을 입시로만 한정하면 오히려 학교는 필요없어질지 모른다. 3학년처럼...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에 학교는 학교로서의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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