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로딩이 안 돼요

사회선생 2020. 4. 23. 09:25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 주 수업 분량을 녹화해서 업로드 하고 있는데, 간혹 로딩이 안 된다며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다. 자기는 듣고 싶은데 로딩이 안 돼서 못 듣는다는 학생과 수강 완료 했는데 계속 진행중이라고만 떠서 완료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학생들이다. 요점은 자신들이 완강하지 못한건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결과 처리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로서는 그런 말만 듣고 수업 이수로 처리해 줄 수가 없다.모든 학생들이 로딩이 안 된다면 내가 올린 동영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완강을 하고 있고, 한 반에 서 너 명 정도가 - 돌아가면서 -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나로서는 결과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신경 쓴다고 동일한 강좌를 투 트랙으로 올려주고 있다. 온라인 클래스에 동영상도 올리고, 유튜브 링크도 걸어두고... 그런데도 안 된다고 하면 나로서는 더 이상 해결 방법이 없다. 개인적인 서버의 문제로 볼 수밖에... 

담임들도 죽을 맛일게다. 이런 사정은 모른채 학생들은 계속 담임에게 전화해서 "선생님 정치와 법 과목이 로딩이 안 돼요. 어떡해요." 그럼 담임들은 또 내게 호소할 수밖에 없고...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책이 없어서 난감하고...

온라인 클래스의 한계이다. 온라인 클래스는 개별 가정에서 개인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가정의 하드웨어와 서버의 상황에 따라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의의 -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문제를 갖는 -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담당 교사 입장에서 이를 입증해서 출결을 확인해 주는 것도 매우 어렵다. 고등학교는 입시때문에 출결에도 매우 민감한데, 교사가 자의적으로 출결을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빨리 제대로 된 수업을 해야지, 이게 뭔 짓인지 원. 온라인 수업은 절대 학교 수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하지만 또 어디에선가는 이제 앞으로는 대충 온라인 수업하면 된다면서 학교 폐지론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업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상호 작용이어야지, 개별 가정, 개인의 차원에서 오로지 지식을 받는 것만은 아니며, 더군다나 이처럼 인프라도 미비한 상태에서는 그 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어제 동동거리며 문자를 보냈던 학생과 통화를 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