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온라인 개학을 하려면

사회선생 2020. 4. 7. 10:27

교육부는 코로나로 개학을 미룰 때에 휴업일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야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중 하나인 온라인 개학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전문가들이라면 그냥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좀 더 크게 보고 미래를 예측해서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권력을 준건데...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찔끔찔끔, 설마설마 하면서 개학을 연장했다. 그러다 다급해지니 개학을 1주일 남긴 시점에서 무늬만 여론 조사를 하더니 여론이 온라인 개학을 원한다고,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란다. 제대로 구동되는 플랫폼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도 않고, 알아서 하라니... 대부분의 학교들은 부랴부랴 ebs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하겠다며 - 그래도 사기업은 아니니까 - 출근해서 온라인 클래스에 관한 연수받고, 개설하고,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동영상 강의 만들고 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질 않는다.   

4월 9일이 개학이라 4월 7일 화요일, 오늘 동영상 강의를 탑재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올라가질 않는다. 아침 8시부터 지금 10시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로딩중이다. 이 동영상도 만들 때에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했다. 원래 한 시간 수업이 50분이라 당연히 그에 맞춰 녹화를 했는데, 용량이 크면 안 올라간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다시 40분으로 만들어서 중간 화질로 바꾸어 동영상 파일을 만드니 간신히 400메가 미만으로 나왔고, 업로드 가능 기준에 부합되었다. 출근하자마자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을 하고 업로드하니 영원히 로딩 중이다. 과부하 걸려서 그런가보다. 왜 이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접속이 폭주하면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도 없을텐데...

학생들은 강의 오픈이 되어야 가입될 수 있다고 - 어제까지는 가입 신청이 가능했는데 오늘부터는 수강 신청만 가능하단다. 이건 또 뭔 말인지 원.- 아우성이다. 며칠 동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과연 4월 9일 온라인 개학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데, 교육부의 무능 때문에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한 일 다시 하고, 안 해도 될 일 하면서 정말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어떤 생각으로 제대로 구동도 못하는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유튜버가 되라고 할 판이다.

처음부터 교육청별로 혹은 개별 학교별로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불가능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내 놓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3은 일단 급한대로 EBS 콘텐츠를 활용하여 수업으로 대체하고, 개별 교사가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함으로써 출결을 대신해 준다고 하면 어떤가? 그리고 교육청이나 개별학교별로 온라인 강의를 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면 좋았을거 같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좀 더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고, 출결 관리에 대한 방법을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대안을 제시해 줬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능해서 예측은 못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고, 선거에서 표는 얻어야겠다는 욕심은 있기 때문 아닌지. 도무지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 대략 몇 명의 학생이 몇 개의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나 알고 있을까?  지금도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냥 하염없이 두 시간째 로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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