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코로나, 4월 개학이라...

사회선생 2020. 3. 18. 00:18

학생으로, 또 성인이 된 이후에는 교사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만, 4월에 새학기가 시작되는 - 이것도 시작되어야 시작인가보다 하는거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 경우는 처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전쟁과 같은 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치료약이 없어서 걸리면 죽을 수 있다는... 내가 안 죽어도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참 크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아이나 노인이 있고, 기저 질환 한 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코로나 사망률이 높지는 않은데, 코로나에 대응하는 의료 시스템이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 한 편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다른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직간접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많을거다. 당장 우리 동네 대학 병원도 응급실이 폐쇄 상태이고, 대구나 경북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큰 수술하러 와야 할 사람들이 지금 올라올 수도 없다고 한다.  

다시 학교 이야기로 돌아가서! 개학을 늦추는 것은 여러가지 혼란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겠지만, 아쉬운대로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이지 않는 것은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이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7시30분부터 이르면 4시, 늦으면 밤 10시까지 학생들이 몇 개의 교실을 옮겨 다니며 같이 먹고, 자고(?), 놀고, 떠들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은 항상 몰려 다닌다. 화장실조차 혼자 가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감염된 학생이 있으면 번지는 건 순식간이다.

게다가 초중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생 조차도 교사의 통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학부모도 지금 통제를 못 해서 학생들이 게임방이다 노래방이다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그런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통제하기 힘들다.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빼도 강제로 씌울 수도 없고, 떨어져서 밥 먹으라고 해도 우리의 우정은 코로나 따위가 막을 수 없다며 같이 먹겠다는데 교사가 강제하기 힘들다. 어느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 학생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따위를 무서워할까? 지금 게임방 노래방 다니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학교에 와서도 코로나 따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거다. 심지어 코로나 걸려서 학교에 안 나오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어떤 사회적 공동체 의식같은 것도 없는 학생들이 있다. 어른들은 법대로 제재를 하면 그만이지만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없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막가파 학생들을 통제할 만한 능력이 없다. 벌써 교실에서 학생들과 마스크를 써라 손을 씻어라 어쩌구하며 실랑이 할 모습이 그려진다. 걱정마라, 난 안 걸린다,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며 말 안 듣는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고3 학생들은 매우 초조하고 불안할텐데 참 걱정이다.